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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of the week] '식물성 고기'가 건강에 좋다? 가공된 식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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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of the week] '식물성 고기'가 건강에 좋다? 가공된 식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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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식물성 재료를 이용해 ‘가짜 고기’를 만드는 비욘드미트(Beyond Meat)는 지난 5월 나스닥 상장 첫날 주가가 160% 이상 상승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고기와 같은 식감과 비슷한 맛을 내자 투자자들이 고기 대체 식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매수 주문을 쏟아냈다. 비욘드미트는 공모가 25달러로 시작해 하루종일 강세를 보이며 163% 상승한 65.75달러에 장을 마쳤다. 상장 첫날 163% 폭등한 것은 2000년 닷컴 버블 이후 비욘드미트가 처음이다.

그러나 비욘드미트 주식은 지난 7월 말 주당 234.90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땅으로 떨어졌다. 식물성 육류를 만드는 이 회사의 주식은 최근 81.45달러까지 내렸다. 하지만 이게 바닥이 아닐 수도 있다. 앞으로 더 안 좋은 일의 시작일 수도 있다. 만약 이 식물성 고기산업이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가짜 산업으로 판명된다면 말이다.

비욘드미트의 현재 기업 가치는 전체 가짜 고기 시장 규모의 6배나 된다. 비욘드미트의 시장 점유율은 고작 2.1%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향후 성장성에 대해 엄청난 기대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비욘드미트의 향후 전망을 보면 많은 논의가 늘어나는 경쟁 증가에 맞춰지고 있다.

특히 육류 시장의 거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7년 캐나다 최대 단백질 생산업체인 메이플 리프 푸드는 라이트라이프를 인수해 미국 식물성 단백질 시장의 38%를 차지했다. 지금은 타이슨, 스미스필드, JBS 등 다른 업체들도 식물성 기반의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다. 비슷한 일이 가짜 고기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냉동 및 포장식품 판매기업 코나그라의 ‘가르딘’과 시리얼 업체 켈로그의 ‘모닝스타 팜’은 고객 기반과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하게 갖고 있다. 하지만 가짜 고기 업체들은 그렇지 않다. 경쟁이 과열되면 누가 살아남을지 알 수 없다.

지금 상황을 보면 가짜 고기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인지, 소비자들이 단지 값비싼 호기심을 시험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커피와 도넛을 판매하는 커피 전문점 팀 호턴스는 브리티시컬럼비아와 온타리오 밖에 있는 캐나다의 모든 지점에서 비욘드미트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미국의 멕시코식 패스트푸드 체인점 델 타코는 비욘드미트 제품의 지난 3분기 매출이 3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에서 맥도날드도 고기 없는 ‘가짜 버거’를 시범 출시하기도 했지만, 파파이스는 새로운 치킨 샌드위치를 팔고 있다. 진짜 고기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물성 버거는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진짜 고기보다 건강에 좋지 않다. 비욘드 버거는 살코기 버거보다 400% 더 많은 나트륨을 함유하고 있다. 칼로리와 지방 함량도 거의 비슷하게 많다. 가짜 고기는 식품 분류 체계에 따라 초가공 처리된다. 가짜 고기에는 페인트와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미백제인 이산화티타늄과 완하제(Laxatives:변비약)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메틸셀룰로오스 등 40가지 이상의 성분이 들어간다.

빵을 파는 파네라와 같은 브랜드는 첨가물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깨끗한 음식’을 시판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을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가짜 고기는 이 같은 추세와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도 가짜 고기는 기만적이게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은근히 암시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40%가량이 가공 식품을 피하기 위해 식물성 가짜 육류를 먹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식물성 식품 제조 과정에 숨겨진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그들이 계속해서 가짜 고기를 먹을까?

기존 식품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면 단기적으로 비욘드미트 같은 회사를 창업하는 게 부담이 되고 마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많은 참가자가 반드시 더 많은 수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짜 고기 업체가 늘어난다고 해서 수요도 같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얘기다.

2013년 ‘글루텐 없는’ 식품이 건강하다는 열풍이 불었다. 많은 기업이 글루텐 없는 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글루텐 없는 제품이 건강에 특별히 좋거나 필요한 게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이 열풍은 금방 시들해졌다.

마찬가지로 만약 ‘식물 기반 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진정한 선호가 아닌 호기심에 불과하다면, 가짜 고기 업체들 간 경쟁은 조그만한 틈새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출혈 경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원제=‘Plant-Based Meat’ Is All Hat and No Cattle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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