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안전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생산현장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안전까지 챙기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에 안전 관리 조직을 설립하고, 최신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도 많아졌다. 소비자 안전을 위해 드론을 활용한 기업도 있다.
모든 생산현장에 안전기준 적용삼성전자는 생산현장에서 사고유형별 비상사태 시나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하면 임직원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별 훈련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 훈련 종류는 △화재 대피 △지진 대응 △화학물질 유출 대응 △체험식 소방훈련 등이다. 2017년에만 1003건의 비상훈련을 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안전문화 수준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017년에는 국내 9개 사업장과 해외 28개 사업장의 안전문화 수준을 점검했다. 당시 총 11만 80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문화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임직원 참여형 안전문화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사업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사고 위험요인을 목격하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제보할 수 있는 ‘안전신문고’를 2017년 만들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비롯한 13개 계열사 사업장에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계열사 안전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안전정보시스템도 구축했다. 안전정보시스템은 안전신문고와 연계할 수 있고, 각 계열사의 안전사고 현황 등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다. 우수 개선 사례와 재해 예방 활동 등을 계열사끼리 공유할 수도 있다.
화학 계열사가 많은 SK그룹은 수시로 훈련에 나서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7월 경북 영주 본사에서 화재 및 화학 물질 누출 상황을 가정한 전사 비상대응훈련을 했다. 해당 훈련에는 영주 주민 30여 명도 참여했다. 이들을 위해 주민대피팀을 운영, 주민들을 안전하게 지정된 장소로 이동시키는 등 실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훈련을 진행했다.
LG전자는 지난 2월 산업용 로봇을 사용하는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안전기준을 제정했다. LG전자가 제작한 ‘산업용 로봇 안전 사양서’는 각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을 관련 법규와 규격에 맞게 설치 운영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용 로봇 운영과 관련해 △제어 시스템 기준 △안전 보호장치 설치 기준 △안전 운전 기준 등을 담았다. 산업용 로봇을 설치한 국내외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기준 교육도 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가 확대되면서 2022년까지 국내외 사업장에서 운영하는 산업용 로봇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서다. LG화학은 안전경영 의지를 알리고 이에 대한 일관성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안전보건환경방침을 수립했다.
협력사·소비자 안전까지 책임삼성전자는 협력사 안전을 위해 2014년 협력사 환경안전 관리를 지원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협력사에 안전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협력사 환경안전 개선활동을 지원한다. 2016년엔 금속가공 30개 협력사의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을 지원했다. 매년 10월 ‘환경안전 혁신데이’도 연다. 협력사 대표를 초청해 삼성전자 혁신 활동과 협력사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다. 삼성전자 및 협력사가 경험으로 쌓은 환경안전 관련 노하우를 최대한 확산하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협력사의 환경안전 현안도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협력사 환경안전 부서장 회의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완성차업체 중 최초로 상용차 안전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2017년 전국 우편물류단 소속 트럭 832대의 안전점검을 완료했다. 2510개의 트럭 회사에 소속돼 있는 1만4500대 차량과 1290개 버스 회사에 소속돼 있는 7000대 차량의 안전점검도 했다. 현대·기아차는 또 여름철 집중호우 피해를 본 차량을 점검하는 서비스와 매년 여름휴가 기간 차량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점검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 전국 22개 서비스센터와 1373개 블루핸즈, 기아차 전국 18개 서비스센터 및 807개 오토큐에서 동시에 진행한다. 차량 사고에 취약한 어린이를 위한 행사도 열고 있다. 2009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 내 ‘키즈오토파크 서울’을 개관한 게 대표 사례다. 지난 6월엔 ‘키즈오토파크 울산’을 새로 열었다.
SK텔레콤은 행정안전부와 함께 기지국 셀(Cell) 기반의 긴급재난문자 서비스 개선에 협력하기로 하고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진 이동통신망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기존 수십㎞ 반경까지 설정 가능했던 발송 범위를 수백m 단위로 촘촘하게 좁힐 수 있는 재난문자 발송 체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렇게 하면 일부 이용자가 위치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재난 문자를 받는 불편함이 사라진다.
SK C&C는 도시가스배관 안전관리를 위해 드론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드론 CCTV(폐쇄회로TV)의 다양한 영상을 실시간 분석해 위험 상황을 파악·경고하는 ‘에이든 드론관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지난 10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산지나 위험지역·광범위한 지역에 있는 시설물·가스관 등의 감시 역할을 담당한다. 증강현실(AR)·AI 기술이 적용된 드론을 가스 등 안전관리 분야에 활용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