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지난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뒤 처음으로 반도체 생산 라인용 액체 불화수소(불산액) 수출을 허가했다. 이로써 3개 수출규제 품목(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기체 및 액체 불화수소)의 허가가 제한적이나마 모두 나왔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자국 화학소재 생산 업체인 ‘스텔라케미파’에 대(對)한국 액체 불화수소 수출허가 요청을 받아들인다고 통보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올 7월 주문한 물량 가운데 서류 보완을 이유로 반려됐던 물량으로 알려졌다. 수출 신청에 대한 심사 과정이 원칙적으로 90일로 규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별한 이유 없이 허가를 무작정 미룰 경우 부당한 수출 통제로 받아들여져 한국 측 제소에 따라 진행 중인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과정에서 불리해질 것이란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국산 액체 불화수소를 일부 공정에 투입해 시험 가동하는 등 국산화 작업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초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허가를 시작으로 같은 달 말 기체 불화수소 반출을 승인했다. 올 9월에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도 승인했다.
이번에 수출 승인을 받은 스텔라케미파는 세계 고순도 불화수소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업체다.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가 시행된 3분기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 88% 급감하는 등 큰 타격을 받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19일로 예정된 WTO 분쟁 해결을 위한 한·일 간 2차 양자협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논란 등을 종합적으로 염두에 둔 게 아니겠느냐”며 “어쨌든 3개 품목 모두 수출허가가 난 것은 반도체·디스플레이업계엔 호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유효한 데다 앞으로 한·일 관계에 따라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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