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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가 묻는다, 이집트 어디까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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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간직한 보물, 아름다운 바다 홍해는 전 세계인이 동경하는 휴양지다. 최고급 리조트와 호텔들이 즐비한 홍해에서 보내는 시간은 꿈처럼 달콤하다. 사막에서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보내는 캠핑은 또 어떤지. 사막여우가 텐트를 기웃거리고 밤하늘에 가득 뜬 별들을 바라보는 시간은 지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신비롭다. 크루즈를 타고 나일강을 따라 고대 이집트 문명을 탐험해보는 일은 일생에 꼭 한 번은 경험해봐야 할 일이다.

눈부신 바다, 홍해

홍해 지역에 이르렀을 때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이집트에 대한 모든 이미지는 수평선 너머로 날아갔다. 깊고 푸른 바다, 하얀 백사장을 비추는 뜨거운 햇살, 그리고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관광객 등등 마치 유럽의 어느 고급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홍해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휴양지는 후르가다로 이집트 해양 스포츠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연평균 기온이 30도를 유지하고 있는 이곳에는 러시아와 독일, 미국, 영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홍해 지역의 하이라이트는 샤름 엘 셰이크(Sharm El Sheikh)다. 시나이 반도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데 카이로에서 500㎞ 떨어져 있다. 우리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샤름 엘 셰이크는 유럽인들에게는 꿈의 관광지로 꼽힌다. 아카바만의 투명한 바다가 접하는 해변을 따라 세계 굴지의 호텔 체인과 카지노 같은 레저 시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그래서인지 ‘이집트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기도 한다.

다이빙 포인트에 보트가 도착하는 순간 관광객은 화려한 바다 빛깔에 탄성을 터뜨린다. 바다는 마치 빛의 조각들이 떠다니는 것처럼 눈부시다. 너무나 물이 맑아서 보트 그림자가 물밑에 그대로 비친다. 가장 깊은 곳은 30m 정도 되지만 바닥까지 그대로 들여다 보인다. 바다에는 250여 종의 산호초와 1000여 종류의 물고기가 다이버들을 맞는다.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에 익숙지 않다면 윈드서핑, 패러세일링, 카누 등을 즐길 수 있다.

샤름 엘 셰이크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진 나마 베이는 레스토랑과 쇼핑몰, 바 등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물 담배를 피워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시원의 풍경 속에서 보낸 하룻밤

바하리야 오아시스(Bahariya Oasis)는 카이로에서 남서쪽으로 5시간 거리에 있는 마을이다. 여행자들이 지평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지루한 길을 따라 이 마을로 가는 이유는 사막 사파리와 캠핑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바하리야에는 두 개의 사막이 있다. 흑사막과 백사막이다. 이름 그대로 흑사막은 검은 모래로 덮여 있고 백사막은 하얀 석회암 모래로 덮여 있다.
<hr >연평균 기온 30도 해양 스포츠 메카 후르가다서 서핑을~

흑사막은 화산재가 굳어 형성된 지형으로 모래에 철광석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검은 빛깔을 띤다. 볼캐닉 마운틴이라 불리는 산에 오르면 흑사막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오르기는 어렵지 않아 20분 정도 발품을 팔면 된다. 피라미드를 닮은 삼각형의 검은 산들이 들판에 서 있는 모습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흑사막에서 다시 1시간 정도를 가면 백사막이다. 뿌연 들판 속으로 다가가니 마치 지구가 아닌 어느 행성에 여행 온 듯한 느낌이다. 사방에 버섯처럼 생긴 흰 바위들이 서 있는데 큰 것은 높이가 10m 이상인 것도 있고 작은 것은 2m 정도인 것들도 있다.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낙타를 닮은 바위도 있고 스핑크스와 새를 닮은 것도 있다. 백사막은 바다가 솟아올라 만들어진 지형으로 일출이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웰컴 투 알래스카’ 가이드가 환하게 웃으며 말한다. 백사막은 흰 모래 때문에 알래스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막을 돌아보는 동안 가이드는 텐트를 치고 요리 준비에 한창이다. 불을 지피고 야채를 다듬고 냄비에 쌀을 붓고 끓이는가 하면 발이 달린 석쇠를 모래 위에 올려놓고 치킨 바비큐를 만든다고 분주하다. 날이 어둑해질 무렵이 돼서야 이들과 함께 상에 둘러앉는다. 밥을 먹고 나면 한바탕 축제가 벌어진다. 모닥불 가에 둘러앉아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밤하늘에는 깨알 같은 별이 가득 떠 있다. 사막 곳곳에서도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백사막으로 캠핑을 떠나온 여행자들이다.

어느덧 잠이 들었나 보다. 텐트 속에서 잠이 깼다. 사막이라 한기가 느껴진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텐트 밖으로 나오니 별천지다. 달이 사라진 하늘은 별들로 환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은 없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동쪽 하늘이 밝아온다. 일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묘한 바위 뒤로 솟아오르는 붉은 햇덩이. 사막에서 맞는 아침이다.

5000년 이집트의 신비, 그 앞에 서다

이집트를 여행하는 대부분 여행자들은 카이로를 찾는다. 그리고 누구나 피라미드부터 찾아가려고 한다. 귀에 못이 박일 정도로 들어온 이름, 그 불가사의의 실체를 확인하려고 한다.

피라미드와 첫 대면은 감동적이다. 황량한 사막에 4600년 동안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류가 세운 건축물 가운데 최대 규모라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떨리게 한다. 기자에 있는 피라미드는 세 개다. 각각 제4왕조의 쿠푸, 카프라, 멘카우라 왕의 이름이 붙어 있다. 스핑크스는 그 언덕 아래에 있다.

기자 피라미드는 이집트 전역의 80여 기의 피라미드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보존 상태가 뛰어나다. 인류 문화유산의 최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쿠푸왕의 대 피라미드는 폭이 233m, 높이는 144m인 거대한 무덤이다. 이 피라미드를 세우는데 2~20t의 돌 260만 개가 소요됐다. 전체 무게는 무려 700만t에 달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이 피라미드를 짓는 데 10만 명의 노예와 40년의 세월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사람 머리에 사자의 몸을 가진 스핑크스. 책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거대하고 위엄이 있다. 길이가 약 70m, 높이가 20m에 달한다. 하나의 거대한 석회암 바위를 조각해 만들었다. 스핑크스는 수천 년 세월이 흐르면서 목 아랫부분은 모래에 파묻혔다. 머리의 코브라 장식과 코, 수염 부분은 오스만튀르크와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략 당시 포사격으로 떨어져 나갔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의 언덕 위에서 3기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내려다보는 감상은 황홀하다. 마침 일몰이나 일출이 찾아준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행운이다.

나일강을 거슬러 더듬는 고대 이집트의 찬란

‘나일강 물을 먹은 사람은 반드시 나일강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말이 있듯 나일강은 이집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을 낳은 나일강은 지금도 국토의 95%가 사막인 이집트를 먹여 살리는 젖줄이자 생명선이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출발한 나일강은 6690㎞를 흘러 알렉산드리아에서 여정을 마친다. ‘나일(Nile)’이란 이름은 그리스어 ‘나일루스(Nilus)’에서 유래했다. ‘탁하게 흐른다’는 뜻이다.

나일 크루즈는 나일강과 파라오의 유적을 배로 더듬어가는 여정이다. 이집트 유적의 대부분은 나일강가에 있다. 크루즈에서 먹고 자며 짧게는 나흘 길면 1주일 동안 강 유역 따라가며 찬란한 이집트의 유산을 여행한다. 여러 코스가 있는데 대개 룩소르에서 출발해 에드푸를 거쳐 아스완까지 운항하거나 혹은 반대 노선으로 운항한다.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호루스 신전, 콤옴보 신전, 왕들의 계곡, 아부심벨 등이 이 코스에 포함된다. 나일 크루즈는 이집트 유적을 돌아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집트 문명이 남긴 문화유산 중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고왕국 시대에 만들어진 피라미드들이지만 문화적으로 번성했던 시기는 신왕국 시대였다. 룩소르는 ‘테베’라고 불렸던 상이집트 신왕국의 수도였던 곳. 지금은 소도시가 됐지만 한때 인구가 100만 명에 달했을 정도로 번성한 도시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람세스 2세도 당시의 파라오다.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 룩소르를 ‘백 개의 문이 있는 호화찬란한 고도’라고 칭송했고, 나폴레옹의 군대 역시 이집트 원정에 실패하고 돌아가면서도 룩소르의 매력에 한동안 퇴진을 멈췄다고 한다.

룩소르에는 멤논의 거상, 하셉수트 제전, 왕들의 계곡, 카르나크 신전 등이 유명하다. 이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세계 최대의 신전으로 손꼽히는 카르나크 신전이다. 이집트 역대 왕들이 2000여 년에 걸쳐 조금씩 증축해 온 것으로 룩소르에서도 가장 오래됐다. 고대 이집트에서 최고의 신으로 받들어지는 아멘라를 모시기 위해 만들어졌다. 높이 10층 규모의 탑문부터 방문객을 압도한다.

탑문을 통해 신전에 들어서면 회랑 양편에 숫양 머리의 스핑크스 10여 기가 도열해 있다. 그리고 그 끝에 람세스 2세의 석상. 석상 뒤로 수많은 돌기둥이 서 있는데, 둘레 15m, 높이 23m에 달한다. 그 수만 무려 134개다. 카르나크 신전은 건립에만 천 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됐다. 동서 540m, 남북 600m의 규모. 지구상의 신전건축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신전의 주인은 아문(Amun)신. 신왕국시대가 숭앙한 최고신으로 테베의 조물주다. 카르나크 신전은 영화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의 배경이 됐다.<hr >신전 보며 파라오 유적 더듬어가는 나일 크루즈

카르나크 신전은 룩소르 신전으로 이어진다. 룩소르 신전은 신왕국시대 초기 아멘호테프 3세 때, 테베 통치자였던 아몬신과 그 아내 무트, 아들 코스를 위해 건축됐다.


룩소르 신전은 저녁 무렵이 아름답다.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나일강을 굽어보며 서 있는 룩소르 신전은 절로 경외심을 들게 한다. 신전 가운데에는 거대한 람세스 2세의 좌상과 입상이 서 있다. 30세에 파라오에 즉위한 그는 67년간 이집트를 지배하며 이집트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었다. 람세스 석상에서 나오다 보면 신전 정면 왼쪽에 오벨리스크 하나가 서 있는데, 이것과 똑같은 오벨리스크가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 서 있다. 나폴레옹이 전리품으로 챙겨간 것이다.

룩소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왕들의 계곡이다. 이곳에 투트모세 1세부터 람세스 11세에 이르는 제18, 19, 20왕조의 왕들이 묻혀 있다. 왕들의 무덤은 꼭꼭 감춰놓았지만 숱한 도굴에 시달려야 했다.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고 발굴된 무덥이 투탕카멘의 무덤이다. 1922년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발굴했다. 투탕카멘의 무덤이 원형 그대로 발견된 데는 그가 어린 나이에 죽어 초라한 곳에 묻힌 불우한 왕이어서 도굴꾼들이 그의 존재를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왕들의 계곡이 알려지기 전, 계곡 아래에는 마을이 있었는데, 이 마을 주민들은 전부 도굴꾼이었다고 하니 왕들의 계곡에서 나온 유물이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아스완까지 이어지는 풍경은 느긋하기만 하다. 이집트 시골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한없이 평화롭다. 강변에 딸린 조그마한 밭에서는 갖가지 과일을 키우고 아낙들은 빨래로 바쁘다. 조그만 조각배들은 그물을 던지며 물고기를 낚는다.

아스완은 영국의 세계적인 추리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가 쓴 <나일강 살인사건>의 무대. 아가사 크리스티는 나일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올드 캐터랙트 호텔에 묵으며 소설을 집필했다. 호텔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고풍스러운 호텔에서 하룻밤 묵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일 듯싶다.

글·사진=최갑수 여행작가 ssoochoi@naver.com

이집트 여행 정보

인천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 대한항공 등이 운항한다.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 국내선으로 이동할 수 있다. 카이로에서는 메트로, 택시가 대중적이나 룩소르에서는 택시 외에도 마차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마차를 타기 전에는 반드시 인원 수, 팁을 포함해 얼마인지를 미리 흥정해야 한다. 이집트를 여행할 때는 반팔 옷과 함께 얇은 긴팔 옷을 가져가면 편리하다. 챙 넓은 모자와 얼굴을 두를 수 있는 스카프 등도 필수다. 카이로 칸 엘 칼릴리(Khan El-Khalili)는 카이로의 대표적인 시장이자 중동 최대의 시장이다. 14세기에 만들어졌는데 입점한 상점 수만 약 1500여 개에 달한다. 양탄자와 귀금속, 향신료, 향수, 파피루스 등 다양한 종류의 관광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꼭 물건을 사지 않더라도 시장을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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