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 리츠(REITs)는 ‘커피 한 잔 값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자주 소개된다. 소규모 자금으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업무용 빌딩이나 호텔·백화점에 투자할 수 있고, 주식처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언제든 사고팔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10월 말 상장된 롯데리츠는 청약 경쟁률 63.3 대 1을 기록하며 상장 첫날 상한가를 쳤다. 서울 강남과 도심권 알짜 오피스 건물을 담고 있는 NH프라임리츠도 공모청약을 앞두고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정부는 2021년까지 부동산 간접투자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실행 계획안을 발표했다. 공모 형태 상품의 투자시장을 현재 대비 10배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2000년대 초반 리츠를 도입한 국가의 공모 상품 규모는 한국이 약 6조원, 싱가포르 약 60조원, 일본 약 128조원 수준이다. 정부의 발표는 선진국 대비 뒤처져 있는 국내시장의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로서는 지금 직면하고 있는 부동산 투자시장 변화의 맥락을 읽고 해답을 찾아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정부 발표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공모·상장형 리츠(이하 상장 리츠)와 공모 부동산펀드에 수익성이 높은 우량자산을 공급한다. 공공시설의 민간사업자 선정 시 리츠·펀드 사업자 및 공모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자에 가점을 주고, 공공에서 제공하는 민간 사업용지를 우선 공급하는 등 세부방안도 수립하기로 했다.
투자자에게도 충분한 세제 혜택을 준다. 상장 리츠 등에 5000만원 한도로 일정 기간 이상 투자해 발생한 배당소득을 분리과세(세율 9.0%)하고, 상장 리츠가 투자하는 사모 리츠·부동산펀드에 대해서도 재산세 분리과세(세율 0.2%)와 취득세 감면을 추진한다. 정부는 상장 리츠나 부동산펀드에 신용평가제도를 도입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은 금융위기 이후 풍부한 유동성 장세와 저금리 기조 가속화에 따른 현실적 고민에서 나왔다고 본다. 실물자산 투자 쏠림현상을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에서다. 즉, 주택투자 집중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간접투자상품시장 폭을 일반 중산층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이면에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인식을 바꿔야 한다. ‘부동산은 큰돈이 필요해 내가 투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는 생각은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공모 투자상품은 어떤 구조고, 어떤 부분을 살펴봐야 할까?’로 변해야 한다.
공모 간접투자시장이 확대되면 초기에 우량한 투자처가 많이 나올 것이므로 먼저 준비한 사람이 유리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반면 급격한 시장 확대로 무분별한 상품이 쏟아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저마다 일리 있는 주장이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 확대 시기에 많은 투자상품 중에서 우량하고, 우선 투자해야 하는 상품을 선별할 수 있는 선구안일 것이다.
조수연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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