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지난달 28일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시한을 내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영국과 EU가 합의한 브렉시트 안에 대해 영국 하원이 반대하면서 유럽연합이 이에 대응한 것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EU의 단결력에 문제가 생기는 모양새다. EU가 무엇이기에 영국은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유럽공동체를 탈퇴하려고 하는 것일까?
유럽연합의 결성
유럽의 역사를 살펴보면 EU가 왜 결성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중세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유럽은 화약고나 다름없었다. 전쟁의 횟수를 열거하기 너무 많을 정도로 크고 작은 전쟁이 빈번했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유럽의 지도자들은 비극적인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겼다. 그런 의도로 1958년 결성된 것이 유럽경제공동체(EEC)다. 서독·프랑스·네덜란드·이탈리아·벨기에·룩셈부르크 6개국이 처음 참여했다. 석탄과 철강의 공동시장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회원국 간 공동시장 창설, 밀접한 결속을 목적으로 1967년 유럽공동체(EC), 1994년 지금의 EU로 확대됐다. 또한, 유럽 통합은 경제 통합으로 확대돼 ‘유로존’을 탄생시켰다.
경제통합 ‘유로존’
유로존(Eurozone)은 1999년 1월 1일 EU의 단일화폐인 유로(Euro)를 국가 통화로 도입해 사용하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당시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자 유럽이 힘을 합쳐 미국 달러에 대항하려는 배경도 존재했다. 또한, 각국이 자국 화폐를 사용하면서 나타난 환리스크 등의 환율변동 위험과 거래비용을 줄이고 단일경제권으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행보였다. 유로존은 유럽중앙은행(ECB)을 설립해 기준금리 결정과 물가안정이라는 임무를 부여하면서 유로존 회원국은 통화정책의 주권을 상실했고 ‘유로화’를 사용하면서 고정환율제를 운영했다. 하지만 단일경제권으로 묶어 통합의 이익을 비용보다 높이고자 했지만 유로존은 구조적 문제점이 존재했다.
최적통화지역 이론과 유럽의 미래
유로존이 결성될 때 이론적 토대가 된 것은 로버트 먼델 교수의 ‘최적통화지역 이론’이다. 최적통화지역은 단일화폐가 통용되며 고정환율제를 유지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역을 말한다. 하지만 최적통화지역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으로 유럽공동체가 이론적으로 유효한 것은 아니었다.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부터 침체 지역 회원국에 대한 다른 회원국들의 재정 지원 등 이론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또한, 유로존은 구조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각국이 내부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만이 경기를 조절하는 수단이 된다. 유로존은 경제 규모가 각기 다른 국가가 모여 있어 유로화를 중심으로 고정환율제를 사용하면서 독일과 같은 중심부 국가는 저평가된 환율로 수출에서 이익을 보고, 그리스 같은 주변부 국가는 고평가된 환율로 경상수지 적자가 쌓여 경기침체가 지속됐다. 2012년 그리스 재정위기도 이런 구조적 문제점 때문에 발생했다. 기준금리나 환율은 ECB와 고정환율제로 독립적인 운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남은 정책수단은 재정정책뿐인데,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지출은 국채 발행 등 빚을 동반한다. 또한, 유럽연합이 정한 법률의 의무적 이행, EU 분담금·이민자 증가 문제 등 자국 주권을 침해할 수 있는 정책들이 쌓이면서 브렉시트와 같이 유럽연합을 떠나려는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다. 앞으로 유럽공동체의 미래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할 이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
최적통화지역 성립을 위한 조건
▶ 자본과 상품 흐름을 막는 장벽이 없음.
▶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
▶ 경기확장지역에서 침체지역으로 재정정책을 통해 자원 배분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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