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송금 업무를 대행할 직장인을 모집합니다. 하루 20~30분 투자로 50만원 이상 보장합니다.”
지난달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이런 구인광고를 받은 30대 회사원 박모씨. 쏠쏠한 ‘투잡’일 것 같아 문자에 적힌 카카오톡 ID로 연락했다. 이 업체는 “우리는 해외구매 대행업체인데, 해외송금 한도를 초과해 우회로를 찾고 있다”며 “계좌로 받은 돈을 해외 거래처 계좌로 보내주면 된다”고 했다. 박씨는 자신의 계좌로 입금된 3900만원을 캄보디아에 송금했고, 다음날 은행에서 계좌 지급정지 통보를 받았다. 그를 거쳐간 돈은 보이스피싱 범죄 수익이었다.
보이스피싱 사기단이 해외송금 아르바이트 직원을 뽑는 것처럼 위장해 ‘자금 인출책’을 모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사기단은 송금액의 1~10%를 주겠다는 글을 구인구직 사이트나 스팸 문자메시지로 유포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로부터 뜯어낸 돈을 ‘알바’에게 보낸 다음 자금 추적이 어려운 캄보디아, 베트남, 홍콩 등의 은행으로 송금할 것을 요구한다. 연간 5만달러 이내 해외송금은 외국환거래은행에 지급 증빙서류를 내거나 송금 사유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허점을 악용한 것이다.
금감원은 “사회초년생과 취업준비생이 송금 알바에 지원했다가 자신도 모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엮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법원은 단순 인출책에게도 가담 정도와 횟수, 대가 수수 여부 등에 따라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선고하고 있다.
금감원은 대가가 너무 크고 송금, 환전, 수금 대행 등을 하는 아르바이트라면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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