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3분기 기준 2011년 이후 최악의 성적을 냈다. 올해 연간 기준으로 2년 연속 적자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한전은 올해 3분기 매출 15조9122억원, 영업이익 1조2392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공시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11.2% 감소했다. 금융 비용이 늘면서 당기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7372억원)보다 67.3% 급감한 2410억원에 그쳤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동서발전 등 자회사 실적을 감안한 연결재무제표 기준이다. 한전은 여름철 전력 판매가 많은 3분기에 매년 최대 이익을 내왔는데 올해 흑자폭은 2011년 분기 실적을 내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65%에 그친 원전 이용률
작년 4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행진은 멈췄지만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증권시장에선 한전이 3분기에 1조6000억원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했었다.
한전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매출 44조2316억원과 영업이익 310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각각 2.7%, 46.5% 줄어든 수치다. 작년 1~3분기 누적 이익(5805억원)보다 2698억원 적다.
문제는 한전이 그동안 적자 원인으로 지목해온 국제 연료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는 점이다. 발전용 액화천연가스(LNG) 비용 절감액은 작년 동기보다 4614억원 많다. 그럼에도 3분기 수익이 저조한 배경에 대해 한전은 올여름 무더위가 덜하면서 전기 판매량이 감소한 게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3분기 전기 판매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원전 이용률이 낮아진 점도 원인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지난 3분기 원전 이용률은 65.2%였다. 같은 분기 기준으로 2016년 79.7%, 2017년 70.2%, 2018년 73.2%보다 크게 하락했다. 한전 관계자는 “안전 점검에 따른 예방정비일수가 늘면서 가동을 중단한 원전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수년간 적자 지속할 수도
전력업계에선 한전이 수년간 적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올해 대규모 적자는 확실시된다. 한전은 작년에도 3분기에 1조395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연간 실적은 2080억원 적자였다. 전력 수요가 줄어드는 4분기에 7885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김종갑 한전 사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지금 상황에선 올해가 작년보다 더 어렵다”며 적자 확대를 시사했다. 한전이 또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2년 연속 주주 배당도 하지 못할 전망이다.
한전 내부적으로는 당분간 영업적자 흐름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 정책 등 영향으로 원전 이용률이 상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등 특례할인은 오히려 급증해서다. 올해 한전이 부담한 정책성 비용만 7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기 전보다 연 3조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한전은 적자를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각종 특례할인 폐지는 물론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실화하긴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이어서다. 한전은 이달 말 이사회를 시작으로 전기요금 개편 논의를 본격화한 뒤 내년 상반기 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할 방침이다.
조재길/구은서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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