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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 경제의 위기는 反시장주의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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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77·사진)은 13일 “국정을 맡은 사람들이 시장의 문제해결 기능과 기업의 긍정적 역할을 부정하면서 한국 경제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회고록 <명과 암 50년-한국 경제와 함께>의 출판기념회 겸 북콘서트를 열고 한국의 시장경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국가가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국가주의적 경제 철학이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 주도권을 기업과 시장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성장과 고용, 복지 등 경제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는 ‘기업가형 국가’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전 수석은 김영삼 정부 말기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환란(換亂) 주범’으로 몰리기도 했다. 경제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제안이라도 정치적 고려와 판단에 따라 수용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다. 그는 “나쁜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면 경제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의 확장재정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김 전 수석은 “외환위기 당시 문제가 된 것은 대부분 기업과 금융회사의 외화부채였고 당시 국가부채는 20억~30억달러에 불과했다”며 “그렇게 지킨 국가의 재정건전성이 이 정부에 와서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김 전 수석이 50년 전 공직에 입문한 뒤 연을 맺은 전직 경제수장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출판기념회 개회사를 한 것을 비롯해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김중수 한림대 총장(전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했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명예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등도 눈에 띄었다.

축하 인사를 건넨 윤증현 전 장관은 “정치인들의 판단 기준은 국가의 미래가 아니라 어떻게 집권을 연장하고 표를 더 받느냐다”며 “관료들이 이 같은 정치적 결정을 과학적 판단으로 견제해야 하지만 요즘 보면 그런 모습이 사라진 듯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고 진행하는 사업이 늘어나는데, 이에 대해 경제 관료들이 말도 못하고 있다”며 “원자력발전 정책에 대해 항변하는 관료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수석은 1966년 행정고시 4회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재경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장을 거쳐 김영삼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냈다. 그는 외환위기 책임론에 몰려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로 강경식 전 부총리와 함께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하지만 6년간의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정책적 판단을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이후 중소기업연구원장,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했고 지금은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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