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시장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RPA는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단순 업무을 로봇이 대신 처리해줘 업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반복적인 업무 부담에서 벗어나 더욱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미국의 경제 전문매체인 덴턴크로니클은 13일 “RPA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 왔으며 2026년까지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업계는 글로벌 RPA 시장이 내년에 50억달러(약 6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RPA 시장은 연평균 41%씩 성장하고 있고, 2022년 말에는 글로벌 대기업의 80%가 어떤 형식으로든 RPA를 도입할 예정이다.
RPA가 주목받으면서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도 관련 인프라를 속속 도입 중이다. 델EMC, 시스코, 시만텍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뿐만 아니라 ING은행 등 금융권과 유니레버, 테스코 등 유통·제조업, 링크트인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로봇을 단순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3000여 개의 RPA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쓰이조선, 스미토모화학 등도 RPA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SDS가 RPA 도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RPA 솔루션을 기업들에 제공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삼성SDS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능 업무자동화 솔루션 ‘Brity Works(브리티웍스)’를 활용해 사내 1만7000여 개 업무를 자동화했다. 삼성SDS 관계자는 “지난 6개월간 업무에 자동화 솔루션을 적용한 결과 20만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는 대표적으로 물류사업에 브리티웍스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수십 명의 인력이 각 지역별 항공사·선사의 3만여 개 사이트에 매일 접속해 화물 위치정보를 수집해 입력하는 단순 업무를 자동화했다. 또 시스템 관리 담당자가 ‘명령어 입력-결과 확인-메일 전송’ 등 단순 반복하는 서버 점검 프로세스도 브리티웍스를 통해 자동화했다. 이 밖에 연 4000여 건 이상 발생하는 구매 주문서의 발행 프로세스(시스템 접속-계약번호 조회-정보확인-결재)를 자동화하는 등 전체 임직원 80%가 참여해 회사 전 업무 영역을 혁신하고 있다.
삼성SDS는 브리티웍스를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그룹 계열사에도 적용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금융·자동차 회사 등에도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사업을 확대 중이다. 한국에서는 주52시간 근로제 등으로 직원들의 단순 업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RPA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도 RPA에 주목하고 있다. 딜로이트, 맥킨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등은 고객사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RPA 전담팀을 꾸렸다. 전문가들은 “엑셀, 인터넷처럼 RPA도 몇 년 안에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며 “특히 RPA가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 등 일반 프로그램에도 탑재될 예정이어서 복잡한 프로세스를 몰라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보편 기술로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