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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죽으라는 것이냐"…위기의 중고차, 단체행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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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1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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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어쩌라는 겁니까. 그냥 다 죽으라는 것 아닙니까."

    국내 중고차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전국연합회) 사무실에서 고성이 오갔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면 경쟁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국연합회는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 사무실에서 긴급총회를 열고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대기업 진입 저지 방안을 논의했다. 긴급총회는 사무실 안에 별도로 마련된 회의실에서 열렸지만, 격앙된 참석자들은 사무실을 넘어 회관 복도까지 울릴 정도로 고성을 쏟아냈다.

    그간 전국연합회는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추진해왔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자율규제의 일종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이 제한됐지만 지난 2월 만료로 진출을 막을 근거가 없어진 상태다. 이에 전국연합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법제화한 생계형 적합업종에 중고차 매매업을 등록해달라고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에 신청했다.

    생계형 적합업종은 동반위가 추천하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가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10월 서적, 신문 및 잡지류 소매업이 제1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의거해 대기업은 5년간 사업 인수·개시·확장을 할 수 없다.



    최근 동반위는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기준에 미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장규모가 지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점유율은 떨어지고 있고,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중고차 시장은 연간 220만~230만대, 약 27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소비자가 불리한 위치에 서는 정보 비대칭 시장(레몬마켓)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중고차 관련 피해 사례의 80%가 판매자의 허위 정보로 인한 것으로 집계했다. 매매업자가 제시한 차량 성능상태점검 내용이 실제와 달랐다는 것이다. 동반위는 대기업 진출이 소비자 보호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더해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을 경우 한미,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반영됐다. 한미, 한EU FTA는 중고차를 포함한 자동차 매매업에서 사업 주체를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한국 소상공인만을 위한 시장으로 만들면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이 불가피하다는 것.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기준에 못미친다는 동반위 판단이 내려지면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중기부가 동반위 판단을 뒤집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연합회는 동반위 발표 이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중기부 소관이라며 애써 침착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긴급총회에 참석한 각 지역 조합장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온 셈이다.



    전국연합회와 함께 국내 중고차 시장을 대표하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이하 한국연합회)는 중기부를 설득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연합회는 “중고차 업계의 현실과 대기업 사업자의 실체 등 보완 자료 제출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동반위의 '이해도 부족'에 유감을 표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위해 대규모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대 연합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연합회는 각 지역 조합 사업장에 대기업을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현대글로비스 중고차 경매와 현대캐피탈 할부도 거부키로 했지만 영향력은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이 불법은 아닌데다 소비자들의 시선도 싸늘해 양 연합회에 마땅한 명분이 없다"며 "양 연합회가 취할 수 있는 수단도 대부분 나온 상태기에 중기부를 설득하는 작업 외에 추가적인 조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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