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전기 먹는 하마’라는 것이죠.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개발하는 업체들의 역량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도 볼 수 있어요.”
김부기 스탠다드에너지 대표는 ESS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존 배터리 회사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안전성과 효율을 한번에 잡아 ‘한국의 테슬라’로 꼽히는 에너지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차세대 ESS 바나듐 배터리 개발
스탠다드에너지는 바나듐을 기반으로 한 ESS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KAIST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 대표 외에도 KAIST,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박사급 연구원 5명 등 20명의 개발 인력이 일하고 있다.
ESS는 전기를 담는 그릇이다. 수조에 물을 저장하듯 야간에 생산한 전기를 담아뒀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게 한다. 예비 전력이 필요한 전기차 충전소와 데이터센터 등엔 빠짐없이 ESS가 들어간다.
현재 ESS 시장의 주류는 1991년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다. 저장한 에너지의 90% 안팎을 쓸 수 있고 작은 크기로도 제작할 수 있어 30년 가까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열이나 충격을 받으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안전성을 보완한 리튬이온의 대체 소재 중 하나가 바나듐이다. 폭발 위험이 없어 안전하고 기대 수명도 20년에 이른다. 오랜 기간 사용해도 전기 저장 용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다만 에너지 효율이 70% 안팎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미치지 못한다. 저장공간이 많이 필요해 소형화도 쉽지 않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바나듐의 안전성과 리튬이온의 효율성을 접목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바나듐을 기반으로 해 폭발 위험을 없애면서도 에너지 사용 효율은 기존 제품보다 크게 끌어올렸다. 자체 기술로 바나듐 배터리의 구조를 단순화하고 부피를 압축했다는 설명이다.
스탠다드에너지의 제품은 PC 본체만 하다. 컨테이너와 비슷한 덩치를 자랑하는 기존 제품들과 비교하면 100분의 1 이하로 크기를 줄인 셈이다. 김 대표는 “이 제품 20개면 일반적인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양산 돌입 목표
배터리는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어려운 기술이 들어가는 데다 기술을 검증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같은 대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배경이다.
김 대표는 스탠다드에너지를 “소재와 부품 전문가들이 모인 팀”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학부에서 로봇을 전공했고 박사학위도 기계공학으로 받았다. 박사급 연구원 6명 중 5명이 기계와 소재 전문가다. 그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소재를 폭넓고 정확하게 이해해 적합한 수치와 배합비율, 구조를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기술을 도입하기 전 아이디어와 프로세스가 정상적으로 가동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인 ‘개념검증’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지금은 기술 보안을 위해 직접 시장에 판매하기보다는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최근에는 LB인베스트먼트, 다담인베스트먼트, 하나금융투자·마그나인베스트먼트 등 네 곳으로부터 7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김 대표는 “지금도 완제품을 내놓을 기술개발은 마무리된 상태”라며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설비를 마련하고 내년부터 양산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조수영/김채연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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