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증시 침체와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손실 사태 등 악재에도 주요 증권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6%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관련 대체투자 등 투자은행(IB) 부문 순이익이 꾸준히 늘면서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 부진을 메운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악조건 속에서 선방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중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금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여섯 곳의 순이익은 총 5021억원이다. 전년 동기(4319억원) 대비 16.3% 증가했다.
증권사별로는 미래에셋대우의 순이익이 1년 새 612억원(증가율 80.1%)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하나금융투자(233억원, 66.0%), 신한금융투자(120억원, 25.4%) 등도 이익 확대 추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순이익이 29.7% 줄었고, 메리츠종금증권은 2.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주요 증권사들이 대거 깜짝 실적을 올렸던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악화됐지만, 안 좋았던 증시 환경을 감안하면 대체로 선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은 데다 국고채 등 금리가 반등하면서 채권평가이익이 감소했다”며 “이를 고려하면 예상보다 양호한 성과”라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업황 흐름과 연관성이 적은 IB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점을 주요 증권사 실적 개선의 원동력으로 꼽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증권업계가 거둬들인 수수료 수익에서 IB와 브로커리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6.1%로 같았다.
이런 흐름은 3분기에도 이어졌다. 미래에셋대우의 3분기 브로커리지 부문 순영업수익은 830억원으로 전년 동기(920억원) 대비 9.8% 줄었지만, IB 부문은 820억원에서 860억원으로 4.9% 늘었다. NH투자증권의 3분기 IB 순영업수익은 55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1.9% 불어났다. 브로커리지는 11.9% 줄었다.
미래에셋·한투 1위 다툼 치열
증권업계 3분기 실적 발표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관심은 ‘어떤 회사가 연간 순이익 1등을 차지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건 미래에셋대우다. 미래에셋대우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순이익 5253억원을 올려 지난해 연간 순이익 규모(4620억원)를 뛰어넘었다. IB와 해외법인 등 글로벌 부문에서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업계 최대 자본 규모에 걸맞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맞수’ 한국투자증권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3분기 순이익 추정치(1304억원)를 반영한 한투증권의 1~3분기 예상 누적 순이익 규모는 5384억원에 이른다.
추정이 맞다면 한투증권은 미래에셋대우를 근소하게 앞서게 된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투증권은 자본의 효율적 운용 측면에서 경쟁사보다 뛰어난 성과를 올려왔다”며 “3분기에도 예상에 부합하는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4분기 증권업계 실적은 주가연계증권(ELS) 등 트레이딩 부문이 부진의 늪에 빠져 3분기보다 다소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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