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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건강이 뇌 건강도 책임…장내 미생물로 알츠하이머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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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腸) 안의 미생물이 재조명받고 있다. 최근엔 ‘제2의 뇌’라고 불릴 정도로 인체 내 여러 생명 현상에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치매(알츠하이머병),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됐다. 장내 유익균이 비만, 당뇨, 아토피 등 질환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기존 상식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정숙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장내 미생물 군집 유전체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의학, 생명과학계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마이크로바이오타(장내 점막층에 숙주와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균총)와 게놈(유전체)을 합성한 용어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활발

사람의 장 안에는 1000여 종류의 세균, 곰팡이, 원생동물 등 다양한 미생물이 있다. 미생물군의 전체 무게만 1~3㎏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유전자 수도 인간의 150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미생물은 인체 면역기능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생물군 조성은 식습관 등 생활 패턴, 스트레스, 항생제 등 약품 사용 여부 등에 따라 바뀐다. 이때 생기는 불균형이 각종 감염질환, 비만 등을 유발한다. 인간의 장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따라 ‘박테로이데스’ ‘프리보텔라’ ‘루미노코크스’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비만과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는 제프리 고든 미국 워싱턴대 교수팀의 연구로 알려졌다. 이 연구팀은 비만 쥐와 마른 쥐의 분변을 각각 무균 쥐에게 주입했을 때, 비만 쥐의 분변을 받은 무균 쥐가 대조군보다 빨리 비만이 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비만도가 다른 여자 쌍둥이의 분변을 각각 무균 쥐에게 투입한 결과, 비만 쌍둥이 분변을 주입받은 무균 쥐가 더 빨리 비만이 된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각각 2006년 네이처, 2013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장과 뇌는 연결돼 있다

최근엔 장 내 미생물군이 자폐증, 파킨슨병 등과 같은 정신신경계 질환과도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내분비계, 신경계, 면역계, 대사물질 등을 통해 뇌와 장이 직접 신호를 주고받는다는 ‘장-뇌 축’ 이론이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장-뇌 축에 주목하고 알츠하이머병과 장내 미생물 간 상관관계를 밝혔다.

연구진은 뇌 안에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축적해 치매를 유발시킨 쥐의 장내 미생물군이 정상 쥐와 다르다는 점을 먼저 확인했다. 또 치매 쥐에서는 장벽 기능이 떨어져 장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이 과정에서 독소가 혈액으로 퍼져나가 전신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그런데 치매 쥐에게 정상 쥐의 분변을 이식해 미생물 군집 변화를 유도했을 때 주목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뇌 안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의 축적이 감소하면서 전신 염증 반응이 감소한 것이다. 이 연구 성과는 영국 위장병학회 학술지 ‘거트’ 8월자에 실렸다.

묵 교수는 “현재 판매 중인 치매 치료제들은 병의 증상을 2년 정도 지연시킬 뿐이고, 새로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는 임상시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장내 미생물군 조절이라는 새로운 표적이 치매 치료에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다만 분변 이식과정에서 수백~수천 종의 미생물이 한꺼번에 들어가기 때문에 어떤 종이 치매 완화 효과를 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이에 대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콜레라 등 전염병에도 저항

마이크로바이옴 상태에 따라 전염병 저항력도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윤상선 연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쥐에게서 콜레라균에 저항하는 장내 미생물균주를 찾아냈다. 오염된 물이나 음식, 감염된 어패류 등을 통해 걸리는 콜레라는 개발도상국에서 유병률이 높다. 국내에서도 가끔 발병한다.

윤 교수는 사람과 달리 정상 생쥐는 콜레라균에 잘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하고 쥐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에 나섰다. 그는 생쥐에 여러 항생제 처리를 해본 결과 ‘클린다마이신’을 주입하면 생쥐 장에서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란 균이 사멸하면서 콜레라에 쉽게 걸리게 된다는 점을 새로 발견했다.

또 박테로이데스 불가투스가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생쥐 장엔 짧은 길이의 지방산(대사물질)이 많은 반면, 반대의 경우는 지방산이 없고 콜레라균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여러 영양소(아미노당 등)가 높은 농도로 나타난다는 점도 확인했다. 윤 교수는 “장내 미생물 변화가 대사물질의 변화로 이어지고, 이것이 세균을 상대하는 감염 저항성을 결정한다는 의미”라며 “장내 미생물을 활용하면 치료용 프로바이오틱스 등 항생제에 의존하지 않는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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