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미래’라는 주제로 지난 6~7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9’에서 국내외 연사 100여 명은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셸 망네 보네비크 전 노르웨이 총리는 “인재 양성은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특별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려면 세계 시민이란 마음가짐이 있고 협동 능력도 뛰어난 인재를 많이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십 이론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브루스 어볼리오 미국 워싱턴대 포스터경영대학 교수는 우수한 인재를 위해 “리더는 직원 누구나 댄서가 돼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도 인재포럼 연단에 오른 연사들은 인상적인 통찰을 청중과 공유했다. 5대 제언으로 정리했다.
(1) 먼저 나서는 리더에게 리더십이 생긴다보네비크 전 총리는 “책임감이 있는 리더는 선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먼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솔선수범할 때 다른 사람들이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좋은 거버넌스(협치)를 위해서는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영 우버 다양성·포용최고책임자(CDIO)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CDIO는 “힘이 있는 리더가 변화를 창출해낸다”며 “한국에서는 소수 집단이 목소리를 냈다간 오히려 피해만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더가 의지가 없다면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성장한다직원의 업무 만족감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얀 에마뉘엘 드느브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 교수는 “직원의 행복이 회사 성과로 이어진다는 것이 내 연구의 결론이지만, 일 자체에서 행복을 찾고 온전히 일에 몰입하는 직원은 평균적으로 전체의 20%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소냐 류보머스키 UC리버사이드 심리학과 교수도 “직원이 행복하다는 느낌은 근로시간보다 ‘내가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만족감에 더 영향을 받는다”며 “업무를 통해 성취와 자긍심을 느끼는 근무 환경이 마련되면 생산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규 SK텔레콤 ER그룹장은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5세대(5G) 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을 동원해 직원의 업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를 모두 제거해보고 있는데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3) '장밋빛' 4차 산업혁명 전망은 경계하라반 전 총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류를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로 이끌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 전 총장은 또 신기술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을 뜻하는 ‘인공지능 격차(AI divide)’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계가 인간의 고유 능력인 판단과 학습 영역으로 들어왔다”며 “인구의 20%만 일하고 80%는 일할 필요가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란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몬세라트 고멘디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인적역량센터장도 실직 위협을 걱정했다. 그는 “다양한 직업이 자동화로 사라질 전망”이라며 “한국에서는 약 30%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멘디오 센터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의 종류와 수준이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업스킬(직무향상교육)’과 ‘리스킬(재교육)’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한국은 역량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성세대의 직업교육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4) 여성이 한국 경제의 미래다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전영민 롯데인재개발원장은 “일본은 급격한 인구 감소로 여성 인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기업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수준까지 내몰렸다”며 “여성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는 기업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나영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술 변화는 가파르지만 성평등과 관련한 인식은 그만큼 빠르게 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직 내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라도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나리 헤이조이스 대표는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서지만 남성과 비교한 여성의 임금은 64%에 불과하다”며 “여성 관리자 비율도 20%에 그쳐 여성 근로자들이 롤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CDIO도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지만 노동시장 참여율은 낮은 한국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 여성들이 한국 경제를 다시 힘차게 달리게 하는 경제 엔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 직원도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라장영화 OEC랩 대표는 “앞으로 기업가 정신은 모두에게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며 “과거에는 논이나 집을 팔아야 겨우 창업을 시도해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정보기술(IT) 발달로 창업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에게 기업가 정신은 나를 지키는 힘”이라고 덧붙였다. 대기업들이 최근 사내 벤처기업 지원에 나선 것도 직원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라는 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직원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하는 데 에듀테크(정보기술을 활용한 교육산업)가 기여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애덤 메드로스 에드엑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4만~7만달러를 들여 취득하던 오프라인 석사 학위를 온라인에서 4000달러에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교육 비용이 낮아지면 기업은 임직원이 급작스럽게 퇴사하는 일을 겁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김주완/오형주/구은서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