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앞둔 유통가가 바빠졌다. 국내에서도 11월이 쇼핑의 달로 인식되면서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올 한 해 출시했던 신제품 중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은 품목으로 연말 마케팅에 돌입했다. 겨울철을 겨냥한 패션 아이템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비싸도 잘 팔리는 ‘명품 가구’
가구와 가전 등 소비 주기가 긴 제품에는 ‘프리미엄’ 바람이 거세다. 롯데백화점 리빙 부문 매출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세다. 올 들어 9월까지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만든 리빙 브랜드 ‘펜디까사’는 침대와 화장대 등 가구가 각 2000만~5000만원대인데도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늘어난 럭셔리 리빙 제품 수요에 맞춰 서울 강남점에 영국 리빙 브랜드 ‘더콘란샵’을 오는 15일 연다. 2개 층에 3305㎡(약 1000평) 규모로 들어선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총 11개의 점포를 낸 더콘란샵은 럭셔리 리빙 제품 매장이다.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가구나 개인 소장품 등을 판매한다. 가구뿐 아니라 조명, 장식품, 소품 등도 함께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가구 중 가장 화제를 모으는 건 이탈리아 명품 침대 ‘돌레란’이다. 매트리스 1개에 최대 1000만원이 넘는다. 아동용 침대도 1개 가격이 최대 170만원이다. 아동용 침대인 ‘돌레란 플립’은 전년에 비해 판매액이 26% 늘었다. 전기밥솥도 프리미엄 제품이 잘 팔리고 있다. 쿠쿠 트윈프레셔는 최대 70만원을 넘는 고가 제품이지만 올 들어 8월까지 전년보다 46% 더 팔렸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 쇼핑몰보다 오프라인 매장 가격을 다 낮추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로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는 1년 이상 된 유명 브랜드 제품을 최대 70%까지 할인해서 판매하는 매장. 아울렛과 달리 백화점이 직접 제품을 구매해서 판매하고 재고관리도 한 번에 이뤄진다.
홀리데이 시즌 겨냥한 패션업계연말 뷰티업계는 ‘홀리데이 컬렉션’을 내놓고 있다. 송년회와 각종 파티룩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위한 제품들이다. 헤라는 한정판 컬렉션 ‘롤 더 다이스’를 내놨다. 1980~1990년대 유행한 주사위 놀이 등 복고 트렌드를 반영해 새로운 복고 ‘뉴트로’ 감성을 만들어냈다. 용기 디자인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호텔’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한 애니 앳킨스가 참여했다. 베스트셀러인 블랙쿠션과 다양한 색상의 멀티 팔레트, 루즈홀릭 벨벳 등으로 구성됐다.
설화수는 겨울철 건조해지기 쉬운 피부를 위한 기초 제품에 힘을 실었다. ‘설화수 홀리데이 컬렉션’은 베스트셀러인 윤조에센스와 퍼펙팅쿠션 등으로 구성됐다. 매화의 항산화 효능을 담은 스킨인 설린수를 중심으로 제작됐다.
패션업계에는 ‘코트처럼 세련되고, 구스처럼 따뜻한’ 겨울 신제품이 키워드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는 날씬해 보이면서도 보온성을 강화한 ‘구스코트 아르테’를 내놨다. 20~50대 여성 소비자가 기존 구스 제품에 대해 갖고 있던 의견을 반영해 나온 제품이다. 네파 관계자는 “따뜻하고 편하게 걸칠 수 있는 실용적인 제품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식품업계 히트 상품은식품업계에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메가 히트 제품’이 사라졌다. 하지만 ‘작은 혁신’과 마니아층의 열광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오뚜기는 원조 가정간편식(HMR)인 만두를 업그레이드했다. ‘비범한(extraordinary) 만두’라는 의미로 X.O 만두 시리즈를 내놨다. 해산물의 맛을 살린 새우&홍게살이 인기를 끌었고, 이후 동파육 만두, 마라만두, 굴림만두 등으로 확대했다.
‘아침밥 대용식’도 주목받았다. 동서식품은 따뜻한 우유나 두유, 물에 타 먹는 핫시리얼 ‘포스트 화이버 오트밀’을 출시했다. 오뚜기와 CJ제일제당, 풀무원 등은 간편죽 신제품을 속속 출시해 죽 시장을 키웠다. 파우치 형태로 먹기 편하게 하거나 슈퍼 곡물을 넣어 품질을 높인 게 특징이다. 건강기능식품에선 특정 기능에 작용하는 제품들이 신제품으로 나왔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알파프로젝트 수면건강’이 대표적이다. 수면 건강을 돕는 제품으로 지난달 출시돼 첫 생산 물량 2만 세트가 모두 판매됐다.
라면업계에선 농심의 ‘신라면 건면’이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농심의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튀기지 않은 면으로 바꾼 ‘신라면 건면’은 올 2월 출시돼 250일 만에 50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제빵 분야에서의 기술 혁신도 이어졌다. SPC그룹의 파리바게뜨는 토종 효모와 토종 유산균을 혼합한 발효종을 사용해 ‘시그니처 브레드’를 선보였다. 시그니처 브레드는 SPC그룹이 특허받은 토종 효모에 토종 유산균 4종을 더한 발효종을 쓴다. 맛과 향은 물론 소화에 더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