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과 공유경제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거듭된 다짐이 ‘빈말’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형 공유경제 모델로 거론돼 온 타다가 ‘유사 택시 서비스’로 기소된 데 이어, 핀테크 숙박공유 등 많은 신사업이 여전히 두터운 규제장벽에 막혀 좌절을 겪고 있다는 한경 보도다. 문재인 대통령이 법으로 금지되지 않은 것은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제’로의 규제 전환을 몇 차례나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만 것이다.
차량호출서비스 타다가 법정에 서게 된 과정을 돌아보면 무책임·무능 행정이 혁신산업 위기의 주범임이 분명해진다. 타다 서비스가 1년 넘게 운영되며 갈등이 극대화됐음에도 정부가 유권해석 보완입법 등의 조치를 소홀히 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택시업계의 고소에 따라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여부를 두 차례 문의했지만 국토교통부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공유경제의 주요 수단인 앱(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긴 했지만 기사들을 관리감독한 점 등을 볼 때 ‘무면허 콜택시’로 보인다는 검찰 판단을 뒤집으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 역시 소속기관인 검찰의 ‘의견 조회’ 요청에 응하지 않은 게 기소로 이어지고 말았다.
막상 기소가 결정되고 나자 무책임했던 당사자들이 일제히 검찰을 비난하고 나선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 등 고위 관료와 국토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은 “검찰이 전통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며 책임전가에 급급한 모습이다. 자신의 업무태만에 대한 반성 없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법 집행에 나선 검찰에 화살을 돌리는 국토부의 태도는 특히 실망스럽다. 택시업계가 타다를 고발한 지 8개월 넘도록 적절한 조치를 외면하고선 불법을 옹호하고 나선 격이다.
정부의 혁신 의지를 의심케 하는 일은 타다 사태 외에도 수두룩하다. ‘관광진흥법’ 규제로 인해 해외에서 대중화된 숙박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선 고사 직전이다. 내국인 상대 숙소 중개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이 몰려 국내업체들은 공멸로 치닫고 있다. ‘카풀’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며 만든 법안이 카풀서비스를 ‘평일 하루 4시간’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사업을 포기하는 스타트업도 속출하고 있다.
일련의 사태는 정부의 ‘혁신 지원’이 시늉에 그치고 있다는 우려를 증폭시킨다. 공유·플랫폼 경제의 잇단 좌절을 보면 ‘네거티브 규제’로의 큰 발걸음으로 평가받는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의구심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임시허가 받은 최장 4년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뒤의 사업 지속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산업에 대한 ‘우선 허용, 사후 정비’를 끝내 외면하는 소극행정을 그대로 두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도 뒤처진 ‘4차 산업혁명’을 역전시킬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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