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영애가 14년 만에 '나를 찾아줘'로 스크린에 돌아온다.
4일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CGV에서 진행된 영화 '나를 찾아줘' 제작보고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인물은 단연 이영애였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이영애가 출연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어떤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를 모았다.
'나를 찾아줘'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여성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아이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스릴러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섹션에 초청돼 "촘촘한 스토리에 예측하기 힘든 반전이 가득찬 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이영애는 주인공 정연 역을 맡았다. 그와 함께 연기파 배우 유재명, 박해준의 열연이 더해져 2019년 최고의 스릴러가 탄생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영애는 "14년이라는 횟수를 얘기하시는데, 시간이 그렇게 빨리 지났나 싶다"며 "엊그제 같기도 하고, 여러가지로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복귀 소감을 전했다.
이영애는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선물', '봄날은 간다', '친절한 금자씨'까지 내놓는 작품마다 깊이 있는 연기로 화제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2005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대미를 장식했던 '친절한 금자씨' 이후 차기작에 대해 꾸준히 높은 기대와 관심을 모아왔던 배우다.
1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쌍둥이 엄마로 출산과 육아를 겪은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를 통해 아이를 잃어버린 엄마의 아픔부터 자신을 경계하는 낯선 사람들 속에 진실을 찾고자 하는 강인함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이영애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촘촘하고 완벽한 연극을 보는듯 했다"며 "정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같이 이뤄가는 마을 사람들 전체가 주인공인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내놓을 만한 '확신'이 드는 영화다"고 평했다.
또 "'친절한 금자씨'도 엄마였고, 모성애가 있지만 '나를 찾아줘'와 가장 큰 차이는 제가 진짜 엄마가 됐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입체적으로 느끼고 표현할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아프고 힘들었지만 전환점이 된 작품이었다. 그런 기대와 바람이 있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연출을 맡은 김승우 감독은 이영애에 대해 "프레임 안의 공기마저 달라지게 하는 배우"라며 "매 순간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영애는 "14년 만에 온 촬영장이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며 "예전엔 밤샘 촬영이 많았는데 요즘은 안그렇더라. 그런게 여러가지로 저에게 유익했다"고 촬영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힘든 촬영이 있었지만 '친절한 금자씨' 때 함께 했던 스태프들이 저와 함께 한다는 말에 '나를 찾아줘'에 동참해줬고, 힘을 다해서 작품을 위해 애를 썼다"며 "더욱 돈독하게 힘든 현장에서 기운을 내서 촬영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유재명은 홍경장 역을 연기했다. 홍경장은 나름의 규칙으로 유지해오던 곳이 정연의 등장으로 균열이 생기면서 불편함을 겪는 인물이다. 유재명은 특유의 일상적이면서도 서늘함을 느끼는 연기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유재명 역시 이영애의 연기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재명은 "이영애 선배와 호흡을 맞추리라 상상도 못했다"며 "영화를 하면서 선배의 눈빛과 호흡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느껴졌다. 상상 이상의 행복감을 줬다"고 전했다.
이어 "역시 이영애 선배라는 걸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런 유재명에게 이영애는 "실물이 정말 멋져서 처음에 깜짝 놀랐다"면서 "이런 멋진 분이 자신을 내던지는 연기를 보여줬다는게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남편으로 호흡을 맞춘 박해준에 대해서도 "의지가 됐던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독전', '아스달연대기' 등을 통해 선굵은 캐릭터를 선보여왔던 박해준은 정연의 남편 명국 역을 맡아 이영애와 부부 호흡을 맞췄다. 정연과 함께 6년간 전국을 헤매며 아이를 찾는 데 온 힘을 기울여온 명국을 통해 인간적이면서도 진한 감정 연기를 펼쳐낸다.
이영애는 "박해준 씨가 큰 역할이 아닌데도 흔쾌히 출연해줬다"며 "'독전'과 완전히 달랐는데 남편같고 의지가 되고 작은 역할이지만 큰 존재감을 보여주셨다. 보신 분들은 제가 어떤 말을 하는지 느끼실 것"이라고 말했다.
연출자인 김승우 감독은 '나를 찾아줘'를 통해 장편 데뷔를 하는 신인 감독이다. 첫 작품임에도 불구, 견고하게 짜여진 구성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궁금증을 자극하고, 감춰진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는 반전으로 영화적 묘미를 더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영애는 김승우 감독의 각본에 대해 "스릴러였지만 따뜻했다"면서 14년 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이영애는 "여러 사람들이 나오지만, 그 안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운이 있다. 그래서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설명했다.
또 "촘촘하고 완벽한 연극 대본을 보는듯했다"며 "정연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같이 이뤄가는 마을사람들 전체가 주인공"이라며 각각의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가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나를 찾아줘'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