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스페셜 2019의 6번째 작품 ‘굿바이 비원’이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과 마주한 김가은의 이야기로, 안방극장에 깊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1일 방송된 ‘굿바이 비원’은 8년간 살았던 자취방 이사를 앞두고,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에 놓인 다은(김가은)의 일상을 담아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추억과 쉽게 놓아줄 수 없었던 미련 사이에서 진정한 작별을 하게 된 청춘의 한 페이지는 공감과 여운을 동시에 선사했다.
반지하 자취방에서 8년째 살고 있는 다은. 제대로 된 CCTV 하나 없었지만, 정 많은 주민들과 종종 밥을 챙겨주던 고양이까지, 어느새 이 동네에 익숙해졌다. 공무원 시험 합격 후, 근무지로 발령받은 시청이 왕복 4시간이 걸려도 선뜻 이사를 결심할 수 없던 이유도 그 익숙함에 있었다. 결국 출근 전 이사할 계획으로 시청 근처 신축 오피스텔을 계약한 다은은 장롱 위에서 발견한 돈 50만원을 계약금으로 사용했다. 급한 상황이라 돈을 쓰긴 했지만, 주인을 알 수 없어 내심 마음에 걸렸다.
막상 이사를 결심하자 다은의 머릿속엔 지난날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안에는 처음으로 엄마(조련)와 함께 자취방을 둘러보던 날, 지금도 비가 내리면 “창문 또 열어놓고 나갔지? 근처인데 닫아주고 가?”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현준(정준원)과 함께 보낸 시간도 있었다. 다은의 자취방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현준이 소개팅을 했다는 소식에 괜히 SNS를 훑어봤지만, 그는 이미 헤어진 전 남자친구에 불과했다. 지금의 다은에겐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자취방 세입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새벽에 방을 보겠다고 찾아온 남자 때문에 불안해진 다은은 비가 내리는 날,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자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사람은 근처 편의점 알바생 연희(이연). 그녀의 핸드폰에는 편의점에서 찍힌 다은의 사진, 방 안에서 찍은 창문, 고양이 사진도 있었다. 자취방 전 세입자였던 연희는 혼자 사는 다은이 “무서우실 거 같아서” 비가 들이치는 창문을 닫아주고, CCTV 촬영 중 팻말을 붙여놓았던 것. 그런 연희의 행동에 다은은 밤에 혼자 있기 무서워하는 자신을 위해 야광스티커를 붙여주던 현준을 떠올리며, “같은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복잡해질 때면 엄마에게 털어놓던 다은. 연희 일을 겪은 후에도 “아무래도 이 집이 나 보내주기 싫은가 봐. 가려니까 있잖아. 자꾸 막 뭐가 생기네”라며 통화를 했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돌아가신 뒤였고, 다은은 엄마와의 추억을 놓지 못해 음성 녹음을 남기고 있었던 것. 중요한 물건을 장롱 위에서 꺼내는 아빠(이대연)의 “네 엄마 가기 전에 조금씩 그랬어. 깜빡깜빡하고. 어느 날부턴가는 자기가 중요하다 싶은 건 죄다 여기다 갖다 올려놓더라”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부터 그런 행동들을 눈치 채고 있었기 때문. 장롱 위의 돈도 다은이 “첫 출근하면 새 구두 사서 신긴다고” 엄마가 올려둔 돈이었다.
남은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마지막으로 현준을 만난 다은은 “너 혹시 나한테 보험 하나 들지 않을래”라는 권유에도 “그런 걸로 더 엮이기 싫어”라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뭐”라는 현준의 말은 다은의 마음을 툭 건드렸고, 그 이후로 다은의 작별 인사는 시작됐다. 먼저, 엄마가 마지막으로 해준 김치를 전부 먹었고, 그동안 돌아가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왔던 핸드폰을 납골당에 넣었다. 이어 “제 수호천사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자 작별선물”이라며 연희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나타나지 않는 고양이도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자취방을 떠나는 날, 휑해진 방을 사진으로 남기고 동네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돌아선 다은은 결국 서럽게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슬퍼? 홀가분해?”라는 경혜의 질문에 띄운 그녀의 희미한 미소는 뒤늦은 작별에 슬프면서도 홀가분해 보여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것이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KBS 드라마스페셜 2019의 일곱 번째 작품 ‘사교-땐스의 이해’, 오는 8일 금요일 밤 11시 15분 KBS 2TV 방송.
이준현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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