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이라는 낯선 금융상품이 연일 경제신문을 큼지막하게 장식하고 있다. 은행 권유로 이 상품에 투자했다가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을 날린 사람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예금보다 수익률이 좋고 안전하다”는 은행원 말을 믿고 평생 모은 돈을 맡긴 은퇴자와 주부가 상당수 포함됐다. 이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피해를 봤다며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사실관계를 조사 중인데, 실제 불완전판매가 이뤄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소비자 울리는 불완전판매
불완전판매란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가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상품의 구조와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파는 행위를 말한다. ‘높은 수익률’만 강조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인 DLS의 구조를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DLS는 돈을 넣고 나서 몇 달 뒤 찾아간다는 점에선 예·적금과 비슷하다. 그런데 예·적금처럼 미리 약속한 이자를 주는 게 아니다. 영국·미국·독일 등 해외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최종 수익률이 결정된다. 이들 금리가 몇 개월 동안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연 3.5~4% 수익률을 보장하고,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 대부분을 잃는다. 은행들은 이 상품을 출시하면서 금리 하락 가능성을 과소평가했다. 예상과 달리 올 들어 선진국 금리가 뚝뚝 떨어지면서 사달이 났다.
사실 은행들이 손실 가능성을 명확히 알렸다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은행들은 DLS 판매 과정에서 ‘안전한 고수익 상품’이라는 식으로 홍보했고, 투자자가 자필로 적어야 할 서류 문구를 대필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전형적인 불완전판매다. 파생금융상품은 한 번 손실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 경험이 적은 사람에겐 매우 위험하다. 문제가 된 DLS 투자자의 절반은 60대 이상 노인이다.
구제절차 있지만 100% 배상은 불가능
불완전판매는 소비자에게 큰 경제적 손실과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적발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반복되고 있다. 2008년 수출 중소기업의 줄도산을 유발한 키코(KIKO) 사태, 2014년 4만 명 넘는 개인투자자가 1조원 넘는 피해를 본 동양그룹 기업어음(CP) 사건 등에 이어 이번에 DLS 파문이 터졌다.
불완전판매 피해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절차나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데다 투자금 전액을 보상받는 경우도 없다. 투자자에게도 ‘자기책임 원칙’을 묻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여부는 크게 세 가지 기준으로 판단한다. ①상품 판매의 적정성(고객의 연령·금융 지식·투자 목적 등을 파악했는지) ②상품 판매의 적합성(파악한 고객 수준에 맞는 상품을 추천했는지) ③부당 권유 여부(판매 과정에서 수익 보장 등의 조건을 제시했는지)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불완전판매 사례를 보면 금융회사의 ‘실적 지상주의’와 소비자의 ‘금융지식 부족’이 모두 드러난다. 국내 금융권은 인사평가에서 판매실적 비중이 유독 높아 직원들을 무리한 영업으로 내몬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소비자 역시 ‘공짜 점심은 없다’는 투자 격언을 새겨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DLS 사태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과거 수차례 나왔던 불완전판매 근절 대책과 얼마나 다를지는 지켜볼 일이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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