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술을 주문해서 마시면 얼마나 편할까. 세상 모든 먹거리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편리하게 주문하는 세상이건만, 술을 주문하는 것은 불법이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나우버스킹은 퇴근길 혼술족의 갈증을 풀어주는 서비스를 내놨다. 카카오톡 챗봇을 통해 주문하고 결제할 수 있는 스마트 오더에 주류 주문 기능도 얹었다. 술도 커피처럼 미리 주문해 놓고 잠깐 들러 테이크아웃해 갈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국세청이 발목을 잡았다. 현행 주세법 세무규정 제74조 ‘주류 통신판매 고시’에 따르면 주류의 통신판매는 금지된다. 미성년자가 구매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모바일에서는 물론 판매점에서 이중으로 신분 확인을 할 수 있는데도 국세청은 나우버스킹 서비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앱 호출 기반의 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더 뜨겁다. 지난 28일 검찰은 타다 서비스가 불법이라며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기소했다. 타다 서비스 출시 이후 약 1년 만이며, 택시업계가 고발한 지 8개월 만이다.
타다의 불법 여부를 떠나 벌어진 진풍경은 기소 이후 약속이나 한 듯한 장관들의 릴레이식 ‘검찰 훈계’다. 30일에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섰다. “‘붉은 깃발법’처럼 법이 앞서가는 사회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일.”(박 장관), “아쉽게 생각한다. 타다가 가지고 있는 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 사업이 가지고 있는 혁신적 성격 이런 것들 때문에….”(김 장관)
이어 31일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가세했다. “신산업 육성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굉장히 걱정된다.”(홍 부총리), “신산업을 마냥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이 총리)
정부 인사들의 ‘손가락질’에 검찰은 뿔이 났다. 고발 후 3개월 안에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게 규정이지만 그나마 8개월로 연장해 ‘배려’했다고 강변했다. 택시업계와 타다 측이 사회적 합의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중재할 시간을 벌어줬는데 그동안 뭐하다가 되레 ‘훈계’하느냐는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전에 없는 혁신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규제 걸림돌에 막히기 일쑤다. 정부 부처가 있는 세종시로 뛰어다니며 규제 혁파를 호소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타다 기소가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혁신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조만간 보여줄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을 포함해 부처 장관들을 향한 회초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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