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중 ‘네이버 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포털 등 정보기술(IT) 사업에 주력해온 네이버가 금융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의미다. 주식과 보험, 예·적금을 추천해 주는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의 활용처도 더 넓어진다.
“새로운 금융시장 개척”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31일 3분기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회의통화)에서 “결제 규모 확대를 통해 금융 사업 기반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에셋과 협업해 새 시장을 이끌어 갈 경쟁력 있는 금융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11월 1일 출범하는 네이버의 금융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청사진이 나왔다고 해석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의 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사업을 물적 분할해 설립하는 회사다. 자산 규모는 6432억원이다.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대표를 맡는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 업체들이 효율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쇼핑·플레이스(사용자 위치 기반 정보 서비스)에서 일궈낸 성공 사례를 금융 상품 중개 프로세스 개선에 접목시킬 예정”이라며 “이용자들이 다양한 혜택을 누리면서 편안하고 안전하게 금융 상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게 네이버파이낸셜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최 COO는 “앞으로 2~3년 동안 금융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며 “내년에 네이버 통장을 출시해 금융 사업 확장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도 공개했다. 최 COO는 “일반 이용자도 적은 금액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주식·보험 등 금융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네이버페이가 가진 결제의 강점을 활용해 쇼핑 결제와 밀접하게 연계된 후불 결제 서비스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용카드와 예·적금 추천 서비스는 내년 하반기에 나온다. 검색, 페이(간편결제), 부동산 등 금융 관여도가 높은 (네이버의) 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금융 서비스 이용자를 확대하는 게 네이버파이낸셜 전략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의 바탕이 될 네이버페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올 3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네이버페이의 오프라인 결제망 확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테이블에 앉아 직원을 거치지 않고 주문과 결제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테이블 오더’를 확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라인페이와는 다른 길”추가 투자 유치에 대해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단기적으로 핀테크(금융기술)와 관련해 네이버파이낸셜에 증자할 계획은 없을 것 같다”며 “내일(11월 1일) 회사가 분할되면 전략적 투자자로부터 투자 유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5000억원 이상을 네이버파이낸셜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박 CFO는 “(미래에셋과의 지분 관계에 대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이사회에서 투자 규모와 지분율이 확정되면 공시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CFO는 네이버가 일본 핀테크 사업에 지속적으로 출자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라인페이가 일본과 대만 등에서 성장하는 방식은 네이버페이와 조금 다르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이 라인페이와 관련된 (마케팅비 등) 비용을 부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상반기에 일본 자회사인 라인의 라인페이 이용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행사(300억엔 규모) 비용을 지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