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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 "공유주방서 마케팅·창업 솔루션까지 빌려 쓸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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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의 클라우드 회사가 되려고 합니다. 공간뿐 아니라 외식업 솔루션까지 함께 제공합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 ‘클라우드’는 일상 용어다. 클라우드는 필요한 만큼 서버와 앱(응용프로그램)을 빌려 쓰고 시간 단위로 이용료를 지불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전까지는 데이터센터(IDC)를 구축하고 소프트웨어(SW)와 하드웨어(HW)를 구매해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초기 비용 부담 때문에 창업을 포기한 사례가 상당했다.

외식업계에서 이 단어를 처음으로 들고나온 인물이 최정이 단추로끓인수프 대표다. 이 회사는 공유주방 서비스 ‘고스트키친’으로 유명하다. 최 대표는 “고스트키친에 들어오는 사장들은 공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마케팅 솔루션까지 원하는 기간만큼 빌릴 수 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공유주방에 IT를 더한다

요즘 식당 사장들은 전화 대신 앱으로 배달 주문을 받는다. 문제는 배달 앱이 한두 개가 아니란 데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띵동 등만 설치해도 태블릿 PC 화면이 꽉 찬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체 배달 인력이 없으면 부름 같은 배달대행 앱도 함께 써야 한다. 식당 직원 사이에서 전화로 주문을 받던 시절이 차라리 편했다는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스트키친은 이런 불편을 자체 개발한 주문 솔루션 ‘발가락’으로 해소하고 있다. 여러 배달 앱으로 들어오는 주문을 교통정리하는 게 솔루션의 역할이다. 최 대표는 “매우 쉽게 일을 처리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발로 한다’는 말에서 솔루션 이름을 떠올렸다”며 “모든 주문 정보를 발가락 데이터베이스로 처리하고 쌓인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 방법도 제안한다”고 말했다.

식당에 딱 맞는 IT를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을 묻자 “경험”이란 답이 돌아왔다. 최 대표는 IT업계에서 19년을 종사한 베테랑이다. KAIST에서 전자공학과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로봇공학으로 대학원을 마쳤다. 전산보안장비 업체, 영상기기 업체, 스마트TV SW 업체 등도 두루 거쳤다. 외식업과도 인연이 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소개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합류했다. 회를 배달하는 ‘배민 수산’과 공유주방인 ‘배민 키친’ 등이 최 대표의 작품이다.

그는 “동네 주막까지 합하면 역사가 수천 년에 달하는 외식업이지만 지금도 제대로 된 운영 시스템을 갖춘 곳이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재료 원가와 주문·배달 등의 데이터만 잘 분석해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며 “식당의 해법도 빅데이터에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배달 음식점 2년 직접 운영해

고스트키친을 통하면 보증금 1000만~1200만원, 월 임대료 150만~170만원에 번듯한 주방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기존 외식업 브랜드를 로열티 없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스트키친에 쌓여있는 브랜드가 다양해서다. 최 대표는 공유주방 사업을 하기 전 배달 음식점을 2년여간 운영하면서 ‘밥투정’ ‘난나나 파스타’ ‘도쿄밥상’ ‘도쿄카레’ 등 네 개 브랜드를 개발했다.

공유주방 규제 이슈에서 비껴나 있다는 점도 고스트키친의 강점이다. 현행 식품위생법은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나눠 쓸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장소에 여러 사람이 사업자등록을 낼 수 없다. 고스트키친은 칸막이, 출입구, 조리 도구를 개별 설치하고 사업자등록도 따로 낸다. 법적 논란의 여지를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그는 “한 사업자의 식자재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업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방을 분리하는 게 정석”이라며 “소비자 안전을 따지는 관계 부처의 고민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추로끓인수프는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남다른 사업 모델에 법적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벤처캐피털(VC)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1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지난달 92억원을 추가로 유치했다. 단추로끓인수프는 이 자금으로 지난 7월 1호점 삼성점, 지난 8월 2호점 강남역점을 열었다. 연말께 서울 송파구에 3호점을 낼 계획이다. 2021년까지 서울에 100개의 공유주방을 여는 게 목표다.

최 대표는 “매장이 없는 배달 전문 식당으로 초기 비용을 아끼려는 창업자들의 수요가 상당하다”며 “공유주방 열풍이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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