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낙태 수술을 벌이던 중 아이가 살아서 태어나자 의도적으로 살해한 의사가 구속됐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5일 산부인과 의사 A 씨를 살인·업무상촉탁낙태 등 혐의로 구속했다. A 씨에게 낙태 수술을 불법적으로 받았던 임산부 B 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A 씨는 지난 3월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 방식으로 임신 24주인 임산부 B 씨의 낙태 수술을 집도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가 살아서 태어나자 그 자리에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후 지난 5월 A 씨를 입건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경찰은 "아이가 태어나 울음을 터트렸다"는 병원 관계자의 진술과 태아가 살아있는 자궁의 초음파 사진 등을 확보해 A 씨가 태아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해의 고의는 없었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4주 태아는 작고 연약하지만 자기만의 지문까지 소유한 완벽한 아기의 형태다. 머리를 제외한 뼈들도 점차 단단해지면서 몸무게도 2kg 초반에 달해 조산으로 태어나더라도 생존할 수 있을만큼 면역체도 발달된 상태라는 점에서 A 씨의 행동은 충격이라는 반응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법이 잔인해 구체적인 설명은 드릴 수 없지만, 태어난 뒤 사망한 것은 확실하다"며 A 씨가 태아를 살해한 것으로 봤다. 다만 "신생아에 대한 부검을 안 했기 때문에 사망의 원인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전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낙태를 전면 금지한 형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다만 '임신 22주'를 낙태가 가능한 한도로 제시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