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도 결국 4년 만에 면세점 사업을 포기한다. 2015년 혈투 끝에 면세점 사업권(특허권)을 따낸 서울 시내 면세점 중 2곳이 올해에 연이어 폐업을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선 '승자의 저주'가 결국 현실화했다는 탄식이 나온다.
두산은 29일 이사회를 열어 서울 시내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두산타워 소재 두타면세점의 영업을 정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두산은 중장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면세사업 중단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두타면세점의 공식 영업정지일자는 내년 4월30일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두타면세점은 특허권 반납 후 세관과 협의해 영업종료일을 결정하며, 그때까지는 정상 영업한다"며 "전자소재 등 기존 자체사업과 신성장 사업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은 2015년 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갖고 있던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취득하며 면세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인 2016년 5월 서울 중구 동대문 패션시장에 있는 두산타워에 면세점을 개장했다. 서울 동대문 지역의 유일한 면세점이란 입지를 내세워 다양한 식음료·패션 매장을 확충하며 젊은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란 예상치 못한 사태의 여파가 이어졌고, 이후 중국 보따리상(따이궁) 유치를 위한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특수를 누리지 못한 점이었다.
특히 매출은 늘어갔지만 영업적자가 쌓인 점이 문제가 됐다. 2016년 1110억원에 그친 매출이 지난해 6000억원까지 확대됐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미진했다. 매출 성장세도 둔화됐다. 올 상반기 두타면세점의 매출은 3535억원으로 성장세가 1%에 그쳤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단일점 규모로 사업을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올해 다시 적자가 예상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 감소, 시내면세점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지는 추세였다"고 덧붙였다.
면세점 특허권 반납은 한화그룹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한화그룹도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고 갤러리아면세점63의 영업을 종료했다. 2016년 7월 정식 개장한 갤러리아면세점63 역시 영업적자 기조를 이어간 끝에 문을 닫았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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