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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현1, 시공 입찰 무효 선언…사업 표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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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공사비 약 1조원 규모의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 은평구 갈현1구역 조합이 이달 초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의 자격을 박탈해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이 특정 시공사를 지목해 입찰 무효를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건설은 조합의 부당한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갈현1구역 재개발 사업이 장기 표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 있는 제안서 용인 못 해”

갈현1구역 조합은 지난 26일 대의원회를 긴급 소집해 ‘현대건설 입찰 무효’ 안건을 전격 통과시켰다. 11일 입찰 마감 후 보름 만의 조치다. ‘시공사 선정 입찰참여 규정’에 따르면 입찰에 특별한 하자가 있는 경우 대의원회 의결로 해당 입찰을 무효로 할 수 있다. 이날 대의원회에서는 △1000억원에 이르는 현대건설의 입찰보증금을 몰수하고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재공고하고 △재입찰 시 현대건설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모든 안건이 가결됐다.

조합 집행부는 도면 누락,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 제안 등에 문제가 있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건축도면 중 구조 조경 토목 기계 전기도면 등 대부분을 제출하지 않았고 제출한 도면조차 제안서와 달랐다”고 말했다. 또 “담보를 초과하는 이주비 제안은 시공과 무관한 재산상 이익으로 이번 입찰을 용인할 경우 소송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이 사업장에 법적으로 담보인정비율(LTV)의 40%까지만 가능한 이주비를 최대 80%까지, 가구당 최저 2억원을 보장했다.

현대건설은 이르면 이번주 조합과 대의원들에 대한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번 대의원회 결과에 따라 1000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을 몰수당하고 향후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게 된 탓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입찰제안은 명백히 적법했고 조합에서 이견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소명기회는 줘야 한다”며 “금요일 입찰 후 주말이 지난 직후인 월요일에 구청에 문제를 의뢰하고, 17명에 불과한 인원이 모인 대의원회에서 결정한 내용은 정당한 절차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내부 갈등까지…사업 장기화되나

갈현1구역은 총공사비 9200억원에 4116가구를 짓는 대형 정비사업으로 시공사 입찰에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했다. 이번 결정으로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재입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예정대로 후속 절차를 밟아나가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다. 현대건설과의 소송뿐 아니라 조합에 반발하는 조합원들과의 갈등까지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조합원은 지난 25일 법원에 대의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이어, 대의원회 당일에는 대규모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 조합원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 결성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조합과 대의원회 결정에 반발하는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가 특정 건설사를 밀어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대건설을 배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주장한다. 조합원들에게 입찰 내용에 대한 비교표 등을 공유하지도 않고 의견수렴 절차 역시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에 소송의 빌미를 줘서 사업이 미뤄지면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만 올라갈 것”이라며 “다음달 국토교통부 위법성 점검에서 문제가 제기된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은데, 날치기 대의원회를 강행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김호권 주거환경연구원 사무총장은 “중대한 하자가 아닌 한 시공사에 소명과 보완의 기회를 주거나, 적어도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어 (입찰무효 절차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소송 등을 통해 사업이 장기화하면 결국 조합원들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의원회 결정 이후 지분 프리미엄이 5000만원가량 떨어진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갈현1구역은 2005년에도 GS건설과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지만 재건축·재개발 연한이 강화되면서 한 차례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적이 있다.

“건설사 간 과열 경쟁이 배경”

갈현1구역의 갈등은 수주 가뭄에 따른 시공사 간 이전투구의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대의원은 “경쟁사인 롯데건설 직원이 ‘빠른 사업진행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며 대의원회 개최를 위한 동의서 징구를 했다”며 다른 건설사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초 입찰에 참여하려던 또 다른 건설사가 재입찰 참여를 노리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 며칠 만에 입찰무효를 결정하고 보증금 몰수에 입찰참가 자격까지 제한하는 조치는 전례가 없었다”며 “건설사와 조합, 조합원 간 갈등이 늘면서 사업이 지체되고 공급은 더 더뎌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정/이정선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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