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22일 11: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10월22일(11: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 부품주들의 고공행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5G 네트워크 설비투자 확대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강하게 밀어올리고 있다. 기업가치가 껑충 뛰면서 이들 회사가 과거 발행했던 전환사채(CB)를 사들인 투자자들도 웃음 짓고 있다.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시기에 맞춰 주가가 오르면서 높은 수익률을 내며 줄줄이 원리금을 회수하고 있다.
2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통신장비 회사인 케이엠더블유는 CB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권 행사로 이달 이들에게 총 4만8926주를 새로 발행했다. 투자자들이 보유하던 약 5억5000만원 규모 CB는 주당 1만1359원에 케이엠더블유 신주로 바뀌어 지난 21일 상장됐다. 투자자가 이날 종가 수준으로 주식을 팔았으면 494%의 수익률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사 CB 투자자들은 주식 전환이 가능해진 지난 5월 말부터 잇달아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지난해 5월 발행했던 250억원 규모 CB 중 245억원어치가 주식으로 바뀌었다. 케이엠더블유는 올 들어서만 206% 뛰어 코스닥 시가총액 5위로 급부상했다. 안테나, 필터 등 기자국에서 사용하는 통신장비를 제조하는 이 회사는 삼성전자, 노키아, ZTE 등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수주물량이 급증하자 연간 필터 생산목표를 2000만대에서 1억대로 늘렸다.
RFHIC도 180억원어치 CB를 발행한 지 1년 만에 전액 주식으로 전환했다. 투자자들이 주식 전환이 가능해진 지난 4월9일 일제히 해당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신주 상장예정일인 4월23일 이 회사 주가는 2만8150원으로 전환가격(1만8650원) 대비 50.9% 높았다. RFHIC가 지난해 7월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도 투자자들의 연이은 전환청구권 행사로 올 들어 약 75억원어치가 주식으로 전환됐다. 이 회사는 무선 통신기기간 주고받는 신호를 증폭시키는 전력 증폭기를 제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알앤투테크놀로지와 다산네트웍스 등 다른 통신장비 회사들의 CB도 연이어 주식으로 바뀌고 있다. 알앤투테크놀로지는 올 들어 주가가 1만원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자 CB 투자자들이 줄줄이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지난 2~8월까지 60억원어치 CB가 주당 8470원에 모두 주식으로 전환됐다. 다산네트웍스의 경우 2017년까지는 주가 하락으로 CB 전환가격을 거듭 낮추던 처지였지만 지난해부터 투자자들의 전환청구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엔 스마트폰 부품회사까지 5G 효과를 보고 있다. 5G 스마트폰의 판매가 늘고 있는 가운데 폴더블 스마트폰 등 새로운 제품의 확산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로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비에이치는 지난해 하반기 내내 내리막을 탔지만 올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5월 이후 주춤했으나 지난달부터 다시 큰 폭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 이후에만 39.8% 올랐다. 비에이치는 스마트폰의 핵심부품인 경연성인쇄회로기판(RFPCB)를 제조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 폴드’ 제조에 쓰이는 RFPCB를 독점공급하고 있다.
주가 반등에 힘입어 한 때 투자수익을 못 낼 것을 우려하던 CB 투자자들도 올 들어 본격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비에이치가 2017년 발행한 500억원 규모 CB가 지난 2월부터 대거 주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78억원어치에 대한 전환청구가 들어왔다. 이 회사는 CB 발행 이후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발행 당시 2만2717원이었던 전환가격을 최저한도인 1만7038원까지 낮췄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