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대체투자의 ‘무게 중심’을 부동산에서 인프라로 옮기고 있다. 미국 뉴욕 등 주요 대도시의 오피스 등 이른바 ‘코어(핵심) 자산’을 중심으로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해외 부동산은 투자 비중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반면 도로, 항만, 신재생에너지 등 인프라 분야는 대다수 기관이 자금 집행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 등 신흥시장보다는 여전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체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ASK 2019 글로벌 부동산·인프라 컨퍼런스’에 참석한 연기금·공제회·보험사 등 21개 기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다.
설문 대상자 중 85.7%는 ‘내년에 해외 인프라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했다. ‘현재 비중을 유지하겠다’와 ‘아직 미정이다’는 응답은 각각 9.5%와 4.8%였다. ‘축소하겠다’는 답변은 없었다. 이에 비해 해외 부동산은 ‘내년에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한 응답이 52.4%에 머물렀다. ‘현재 비중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42.9%였다.
한 연기금 CIO는 인프라 자산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은 코어 자산을 중심으로 고평가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프라 중에서는 71.4%(복수 응답 기준)가 도로·공항·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았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28.6%), 시추·수송 등 전통 에너지 인프라(23.8%), 병원·교정시설·노인복지시설 등 공공 인프라(19.0%) 등이 뒤를 이었다.
유망 투자 지역은 미국이 85.7%를 차지했다. 경기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이유 때문이다. 유럽이 81.0%로 뒤를 이었다. 태양광 발전 설비 등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투자 붐이 일고 있는 호주도 28.6%로 높게 나왔다.
이들 큰손이 내년에 가장 유망할 것으로 예상한 해외 부동산은 오피스빌딩(52.4%·복수 응답 기준)이었다. 기관 두 곳 중 한 곳이 오피스빌딩을 유망 투자 자산으로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은 “10여 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한 미국 뉴욕 등 글로벌 거점 도시에 있는 유명 오피스빌딩보다는 각 지역·국가의 ‘주요(세컨드 티어) 도시’에 있는 오피스빌딩에 주목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주거용 부동산(42.9%)도 1인 가구 확대 등으로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어 유망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대로 물류센터(38.1%)에도 많은 투자 기회가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선호하는 부동산 투자 지역은 유럽(71.4%)이 미국(57.1%)을 앞섰다.
이상열/이현일 기자 mustaf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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