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올해 들어 청년 고용이 개선된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경제부처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틈날 때마다 “청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홍보한다. 지난달 문 대통령이 “청년 고용률이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가 가라앉는데 고용이 개선된다는 게 이상하다”며 “늘어난 청년 일자리 대부분이 단기 아르바이트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을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전문가들의 이 같은 지적이 ‘합리적인 의심’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일자리가 어디서 많이 늘었는지를 뜯어보니 약 85%가 ‘단기 알바’ 위주인 음식·주점업에 쏠려 있었다.
단기 알바만 늘어난 청년 일자리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올 상반기(4월 기준) 15~29세 취업자는 389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385만 명)보다 4만8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청년 인구가 8만1000명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성과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고용의 질이다. 업종별(대분류 기준) 청년 취업자를 보면 숙박·음식점업 고용이 작년 상반기 54만1000명에서 올 상반기 58만1000명으로 늘었다. 일자리 증가폭(4만 명)은 21개 업종 가운데 1위다. 음식·주점업에서만 청년 고용이 4만1000명 증가해 전체 취업자 증가폭의 85.4%에 이르렀다. 반면 제조업 부문 청년 취업자는 62만8000명에서 60만6000명으로 2만2000명 줄었다. 제조업 전체 고용은 올 상반기 5만2000명 줄었는데 이 중 42.3%가 청년 고용 감소분인 셈이다.
서비스업에서는 정보통신업과 금융·보험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이 월소득 400만원 이상 근로자 비중(37~39%)이 높아 좋은 일자리로 꼽힌다. 이들 세 업종의 청년 일자리는 올 상반기 5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3000명 줄었다. 금융·보험업(9000명 감소)의 감소폭이 특히 컸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경기 침체로 제조업, 금융·보험업에서 일자리가 줄고 신산업은 진입 장벽을 높이 쳐놓고 있는데 어떻게 양질의 일자리가 늘기를 기대하겠느냐”고 말했다.
숙박·음식점 등 임금 올랐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에 힘입어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여건은 개선됐다. 올 상반기 200만원 미만 임금 근로자가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4.0%였다. 1년 전(38.3%)보다 4.3%포인트 낮아졌다. 숙박·음식점업, 도소매업, 사업시설관리·지원업(경비원 포함) 등 최저임금 영향이 큰 업종의 개선이 두드러졌다. 숙박·음식점업은 200만원 미만 근로자 비중이 71.0%에서 66.4%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들 업종은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아 임금 개선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 취업자와 사업시설관리·지원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각각 3만5000명, 5만3000명 감소했다. 사업주가 인건비 부담을 못 이겨 상당수 근로자를 내보냈다는 얘기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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