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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근로자 낸 돈도 못 받고…'경영난' 中企, 연금 부담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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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세 명 중 두 명이 국민연금을 내기만 하고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귀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외국인과 이들을 고용한 기업·자영업자가 낸 연금 보험료는 2015년 1조3959억원에서 올 7월 2조2305억원으로 4년 만에 60% 불었지만, 실제 ‘주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30%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국민연금공단이 장정숙 대안신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11만3753명이 본국으로 돌아가 국민연금 가입자 자격을 상실했다. 이 중 반환일시금으로 그동안 낸 돈을 찾아간 근로자는 3만4901명으로 전체의 31%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다수 근로자들은 매달 급여의 9%(근로자와 고용주가 4.5%씩 분담)만큼 납입한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1995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도 국민연금에 의무 가입하도록 제도가 바뀌었지만 실제 국민연금 혜택을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10년 이상 한국에 머물며 돈을 납부해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탓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단기직과 임시직이 많아 최소가입 기간을 넘긴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그나마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27개국 에서 온 근로자는 귀국할 때 그동안 낸 국민연금을 한꺼번에 받아갈 수 있다. 반면 국민연금에 가입한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일시금 지급 규정이 아예 없다. 2만여 명이 국민연금에 가입한 태국 근로자는 1년 이상 가입해야 일시금을 찾을 수 있지만 상당수는 이 기간을 채우지 못해 낸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상호주의에 따라 해당국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와 똑같이 대우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저소득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했지만 현실에선 이들의 소득 일부를 ‘기부’받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을 고용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직원이 받을 수도 없는 돈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국민연금을 못 받는 것도 문제지만 일시금으로 받는 것 역시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국민연금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문제”라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의무화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제도 개선에는 주저하고 있다. 국가 간 상호주의 등 외교관계, 국적에 따른 처우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 노동규약 등이 얽혀 있어서다. 장 의원은 “근로자들이 가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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