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사람의 날숨으로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 일명 ‘전자코’를 개발했다고 18일 발표했다.
이대식 ETRI 진단치료기연구실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전자코 센서는 폐 속 암세포가 생성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감지한다.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폐암 환자를 판별한다. 전자코는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로 날숨 샘플링부, 금속산화물 센서 모듈, 데이터 신호처리부 등 세 부분으로 나뉜다.
검진자의 날숨을 비닐 키트에 담는 게 첫 단계다. 날숨이 찬 비닐에 탄소막대기를 넣으면 배출된 여러 가스 성분이 막대기에 붙는다. 이 막대기를 전자코 시스템에 넣고 구동하면 성분에 따라 전기저항이 달라진다. 이 데이터를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분석하면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TRI는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 연구로 폐암 환자 37명, 정상인 48명의 날숨을 채취해 분석한 뒤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이를 토대로 반상우 동국대 교수팀과 알고리즘을 개발해 환자에 적용한 결과 폐암 판별 정확도가 75%에 달했다.
ETRI 관계자는 “진단치료기연구실이 20년 넘게 원천기술을 개발해온 결과”라며 “의료기기 업체에 기술이전해 상용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기술개발자인 이대식 책임연구원의 ‘유비쿼터스 바이오칩 리더기’ 기술은 체외진단기술 업체 수젠텍에 이전했다. 이 업체는 지난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연구팀은 추가로 환자 데이터를 모아 딥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해 다른 암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전상훈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저렴하면서도 편리하게 폐암 발병 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치료기연구실 연구팀은 비만 환자가 운동할 때 지방이 분해되면서 날숨으로 배출되는 단내(아세톤)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웨어러블 전자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비만 환자의 운동량을 정확히 알아내 여러 가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프로젝트의 파트너는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