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17일 13:33 자본 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공지능(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수아랩이 세계적인 머신비전 기업인 미국의 코그넥스에 팔렸다. 글로벌 기업이 국내 벤처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만큼 수아랩의 기술력이 전세계적으로도 통했다는 평가다. 창업자인 송기영 대표는 창업 5년만에 500억여원을 거머 쥐게 됐다.
17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코그넥스는 전날 수아랩 최대주주인 송기영 대표(38)가 보유한 지분 25.54%를 포함해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가격은 2000억여원 규모다. 수아랩의 주요 주주는 송 대표 지분 25.54% 등을 포함해 특수 관계인이 45%를, 국내 벤처캐피탈 스톤브릿지벤처스가 약 17 %, 스프링캠프 9%, 인터베스트 8%,, KT인베스트먼트 5%, 삼성벤처투자 3% 등 재무적 투자자가 55%를 보유하고 있다.
수아랩은 머신비전 기술에 AI를 접목하는 딥러닝 기반의 머신비전 검사 소프트웨어인 ‘수아킷’를 개발,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머신비전은 제조 공성장 최종 완제품의 불량 유무를 검사하는 기술을 뜻한다. 수아킷은 소수의 정상품 이미지와 불량품 이미지를 모아 AI를 통해 결함의 특징 값을 스스로 찾아내게 한다. 기존 머신비전 기술을 활용한 검사보다 수아킷을 활용하면 과검율(불량이 아닌데 불량이라고 판단하는 비율)이 20~30%까지 떨어진다. 이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6년 세계 최대 머신비전협회인 AIA가 선정하는 머신비전 분야 글로벌 톱8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주요 고객사는 삼성, LG, 한화 등 주요 대기업이다.
송 대표는 2006년 서울대 학부 시절 서울대 실험실 ‘SNU 프리시젼'에서 머신비전 기술을 경함한 뒤 2012년 인텔코리아에 입사해 머신러닝 기술에 대해 배웠다. 이후 머신비전 기술과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14년 7월 서울대 출신들과 수아랩을 설립했다. 창업 3년 만인 2017년 ‘수아킷’ 을 개발해 상용화까지 성공했다. 송 대표는 코크넥스에 합류해 딥러닝 엔지니어 팀을 이끌 예정이다.
코그넥스는 머신비전 분야 글로벌 기업이다. 2016년 머신비전 기술 보유 업체 엔스하페와 아큐센스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에는 스위스 머신러닝 개발 업체 비디시스템스를 잇달아 인수했다. 이번 수아랩 인수로 딥러닝 솔루션 선도 기업 입지를 강화하겠단 구상이다. 로버트 J. 윌레트 코그넥스 대표는 “수아랩이 가진 뛰어난 지적재산권과 엔지니어링 전문 지식, 광범위한 시장 적용 범위는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리드 투자자인 스톤브릿지 벤처스는 이번 투자금 회수로 원금 대비 2.87배에 이르는 투자 수익을 거두게 됐다. 내부수익률(IRR)은 105.79%에 달한다.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수아랩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창업 초기부터 총 세차례에 걸쳐 130억원을 베팅했다. 2015년에 10억원을, 2017년에 진행된 시리즈 B 투자 과정에서 20억원을, 올해 진행된 시리즈 C 투자에서 100억원을 추가 베팅했다. 수아랩의 창업 이후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314억원이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