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사태’ 소송을 진행 중인 아메리소스버진, 카디널헬스, 맥케슨 등 3대 메이저 제약업체들이 미국 주정부 및 지방 정부에 합의금 180억달러(약 21조원)를 지불하는 내용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합의가 완료되면 오피오이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광범위한 합의안이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합의 내용은 아메리소스버진과 맥케슨, 카디널헬스 등 3개 메이저 3개사가 향후 18년 동안 총 180억달러를 지불하는 게 핵심이다. 아메리소스버진 등 3개사는 오는 21일 미국 클리블랜드 연방법원의 재판을 앞두고 주 정부와 합의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합의안에는 다른 제약업체들도 추가될 수 있다. 익명의 소식통은 지난 8월 오클라호마 주법원으로부터 5억720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받은 존슨앤드존슨도 추가 기금 기부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앤드존슨 판결은 1심이긴 하지만 오피오이드 제조와 관련 미국 내 첫 손해배상 판결이었다.
앞서 오피오이드 진통제 중 하나인 옥시콘틴 제조업체 퍼듀파마는 지난달 약 100억달러~120억달러를 지불하는 합의안을 이행하기 위해 파산 신청을 했다. 일부 주정부들은 퍼듀파마 소유주인 새클러가(家)가 더 많은 보상액을 내야 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의약품 도매업체, 약국 등은 사실상 모든 주 정부와 수천명의 피해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만 2000건이 넘는다. 피해자들은 제약 관계사들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마케팅과 느슨한 감독으로 오피오이드 중독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연방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미국에서 최소 40만명이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합의금은 응급 서비스, 의료 서비스, 중독된 부모에게서 태어난 어린이들 등을 위해 쓰여질 예정이다.
오피오이드 소송은 1990년대 담배업계를 상대로 한 소송에 유사하다는 평가다. 담배 소송은 1998년 2600억달러의 합의로 이어졌다. 이후 계속 주 정부에 지원되고 있다.
아메리소스버진은 올해 포천이 선정한 글로벌 500대 그룹에서 10위에 오른 글로벌 제약사다. 2001년 설립된 이 회사는 작년 1679억달러의 매출과 16억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본사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체스터브룩에 있다. 종업원 수가 2만명에 이르는 대형사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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