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코리아는 2016년 서울 신촌에 ‘1호 매장’을 냈다. 유통업계는 긴장했다.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 높은 가격 경쟁력 등은 다이소 이상이었다. 예상대로 미니소는 2년 만에 국내 매장을 70여 개까지 늘렸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손님이 갈수록 줄기 시작했다. 인기 상품은 금세 품절됐다. 폐점이 이어졌다. 매장 수는 30여 개로 줄었다. 지난해 약 120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니소는 한국사업을 접을지, 다른 회사에 사업권을 넘길지 갈림길에 섰다. 미니소코리아는 후자를 택했다. 현대백화점 출신 유통 전문가로 구성된 경영컨설팅기업 비즈니스인사이트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4년 내 300개 매장으로 확대
비즈니스인사이트는 미니소코리아를 인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의 100% 자회사 리테일인사이트가 미니소코리아 지분 약 75%를 확보했다. 미니소코리아는 중국 미니소 본사와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있는 회사다. 미니소 브랜드와 상품을 한국에 독점적으로 들여온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현대유통연구소장과 쇼핑몰 가든파이브라이프 대표 등을 지낸 김인호 리테일인사이트 대표가 미니소코리아 신임 대표를 맡았다.
김 대표는 미니소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국 주요 상권 곳곳에 미니소 매장을 열기로 했다. 2023년까지 매장 수를 지금의 10배 수준인 300개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당분간 가맹점보다 본사가 운영하는 직영점 위주로 늘리기로 했다.
‘특화 매장’도 계획 중이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미국 마블의 캐릭터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중국 미국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새로운 유형의 매장을 올 연말 한국에도 들여온다.
또 한국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해외 미니소 매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동아쏘시오홀딩스, 화장품업체 L&P코스메틱스 등과 제품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백화점 3인방’ 의기투합
2009년 설립된 비즈니스인사이트는 경영컨설팅 회사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컨설팅을 주로 했다. 10여 년간 ‘코치’ 역할을 한 비즈니스인사이트가 유통사업을 하겠다고 뛰어든 것은 미니소의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운영만 잘하면 일본 ‘무인양품’(무지)을 넘어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작년 4월 합류한 양창훈 비즈니스인사이트 회장의 역할이 컸다. 양 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유통 분야 ‘전략통’이다. 성준경 비즈니스인사이트 대표, 김인호 대표 등과 함께 일했다. 이후 현대산업개발로 넘어가 서울 용산 HDC아이파크몰, HDC신라면세점 대표 등을 지냈다. ‘현대백화점 출신 3인방’이 보유한 노하우가 미니소 경영에 고스란히 투입되는 셈이다.
양 회장은 최근 중국 광둥성 미니소 본사를 찾아 창업자인 예궈푸 회장과 면담했다. 중국의 ‘제조 노하우’, 일본의 디자인 파워가 합쳐져 시너지를 내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미니소 디자인은 공동창업자인 미야케 준야 수석디자이너가 총괄하고 있다.
양 회장은 “온라인 쇼핑 영역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하지만 상품 경쟁력이 있다면 기회는 어디에든 있다”며 “미니소를 국내 최고 라이프스타일숍으로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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