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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이 흩뿌려진 바다…섬과 섬 위를 날다…나만 알고픈, 베트남의 '숨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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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트남은 편하다. 색다른 문화와 맛있는 음식은 여행 후에도 자꾸 생각난다. 베트남을 향한 눈길이 거둬지지 않는 이유다. 다낭과 호이안, 호찌민과 하노이 등 웬만한 여행지는 이미 익숙하다. 색다른 베트남을 만나고 싶다면, 남쪽에 있는 섬 푸꾸옥으로 눈을 돌려보자. 푸꾸옥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케이블카를 비롯해 인적 드문 해변과 베트남 최고의 느억맘 소스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될 정도로 자연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다른 휴양지에 비해 여유롭다. 더 많은 발길이 닿기 전에, 하얗고 보드라운 푸꾸옥의 해변을 거닐어보는 것은 어떨까.

베트남에서 가장 큰 생소한 섬

베트남을 수십 차례 들락날락했지만 푸꾸옥(Phu Quoc)은 생소했다. 뿌꾸억, 푸꾸억, 발음도 쉽지 않았다. 한문으로는 부국(富國)이라고 쓰여 있었다. 뜻을 보니 자연도 사람도 풍요로울 것 같은 막연한 기분이 들었다. 호기심이 모락모락 올라왔고, 바로 항공사 홈페이지를 열었다.


호찌민에서 푸꾸옥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비엣젯항공과 베트남항공 등 여러 항공사가 하루에도 여러 편을 띄우고 있어 티켓 구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후배의 한마디에 덜컥 결정한 푸꾸옥 여행. 푸꾸옥의 관문인 국제공항은 헐렁했다. 안심이 됐다. 보러 온 여행이 아니라 틈을 만들러 온 여행이니까.

푸꾸옥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섬이다. 크기는 제주도 약 3분의 1로, 연평균 기온은 27도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을 즐기고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주변에 28개의 섬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도를 보면 캄보디아가 더 가깝다. 베트남 본토에서는 약 45㎞ 떨어져 있지만 캄보디아 땅에서는 12㎞ 거리에 있다.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 뒤에는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영토 분쟁이라는 힘겨운 역사가 있었다. 1975년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부 때는 캄보디아에 속하기도 했다.

해안선만 150㎞ 해변 풍경 각양각색

푸꾸옥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더없이 평화로움이 느껴지는 바다였다. 베트남 다른 휴양지에 비해 발길이 덜 닿은 해변과 바다 덕분에 한가로움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베트남을 사랑하지만, 베트남만 생각하면 북적이는 거리와 넘치는 사람들이 먼저 떠오른다는 친구가 생각나 문자를 띄웠다. ‘여기, 네가 찾는 여행지가 있다’고.

푸꾸옥에는 밀가루처럼 곱디고운 모래를 자랑하는 해변이 여럿 있다. 대표적인 해변이 사오비치와 켐비치다. 이름도 곱다. ‘사오(Sao)’의 뜻은 별, ‘켐(Khem)’은 아이스크림을 의미한다. 사오비치는 약 3㎞에 걸쳐 모래사장이 길게 이어져 있다. 가만히 모래사장에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빛을 받은 모래가 반짝이는 모습과 아이들의 청량감 넘치는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행복 바이러스가 사방으로 퍼진다.

푸꾸옥은 해안선만 150㎞로, 긴 해안선만큼 해변 풍경도 각양각색이다.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여행자를 위한 액티비티도 다양하다. 제트 스키와 패러 세일링을 즐기는 여행자들로 푸른 바다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비치 의자에 누워 나른하게 쳐다보고만 있어도 충전이 되는 느낌이었다.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 케이블카

짙푸른 바다와 새하얀 해변만큼 푸꾸옥에서 인상적인 순간은 케이블카에서였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케이블카 타기가 인상적이었다니’라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원없이’ 케이블카를 타기는 처음이었으니까.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를 들으며 탄 여수 해상 케이블카는 멋진 돌산대교와 여수의 밤풍경을 만끽하기에 너무 짧았다. 부산의 송도 해상 케이블카는 나았지만, 바다 위에 두둥실 떠서 마음껏 바다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을 채워주진 못했다. 몇 차례 쌓인 바다 위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푸꾸옥에서 해소하게 될 줄 몰랐다.

출발 지점은 푸꾸옥섬 남부에 있는 안토이(An Thoi) 역이었다. 입구에서 그리스 신전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조형물이 여행자를 맞이했다. 흥겨움이 배가 됐다. 케이블카에 오르니 발밑으로 끝도 없는 바다와 점점이 박혀 있는 배가 펼쳐져 있었다. 360도 파노라믹뷰가 눈을 번쩍 뜨게 만들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어촌마을과 진주 양식장도 보였다.

생전 처음 케이블카를 타본 사람처럼, 드넓은 바다 위를 두둥실 20여 분 날았다. 케이블카 길이는 7899.9m로, 2018년 기네스에서 ‘세계에서 가장 긴 케이블카 시스템”으로 공식 인정받았다. 1.5㎞인 여수 해상 케이블카의 약 다섯 배에 달하는 길이다. 케이블카에서는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풍광을 카메라에 담느라 분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케이블카는 이름 모를 섬을 하나씩 다섯 개나 넘었다. 망망대해. 끝없는 바다가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었다.

360도 바다 풍광과 혼톰 섬에서 즐기는 바다

푸꾸옥 케이블카는 풍광 이상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케이블카가 멈춘 지점은 혼톰(Hon Thom)섬.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버기가 기다렸다. 뜨거운 태양 아래 5분쯤 달렸을까, 버기 종점에 도착했다. 종점에서 몇 걸음 걷자 생기 넘치는 해변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야자수 그늘 아래 큼지막한 비치타월을 깔고 앉아 비타민D를 온몸으로 충전하고 있었다. 낮잠 자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 제각기 해변을 즐기고 있었다. 바다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절찬리 운영 중이었고, 앙증맞은 그네 앞에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청정 자연을 누리는 이들을 보니 마음속까지 파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혼톰섬에서 서너 시간 놀았을까. 다음에 온다면 수영복과 비치타월을 챙겨오리라 다짐하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 케이블카로 향했다. 돌아오는 케이블카 안에서도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길고 긴 케이블카라 아쉬움이 남지 않을 줄 알았는데, 케이블카에서 내린 뒤에도 은빛 반짝이는 바다가 계속 따라왔다.

대학을 콘셉트로 한 이색 호텔

케이블카뿐만 아니라 푸꾸옥에는 볼 것, 쉴 곳이 늘어나고 있다. 푸꾸옥의 개발 열기는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체감했다.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해변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체인호텔이 분주하게 층을 올리고 있었다. 베트남 정부가 푸꾸옥을 경제특구로 지정한 데다, 섬을 ‘포스트 다낭’으로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더니 빈 말이 아니었다. 때묻지 않은 베트남의 자연을 경험하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푸꾸옥의 인기가 높아지는 건 당연해 보였다.

휴식을 찾으러 온 여행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숙소. 워터파크와 놀이동산, 골프장, 사파리까지 갖춘 빈펄리조트부터 공항에서 접근성이 좋은 노보텔, 럭셔리 호텔인 살린다 프리미엄리조트, 광활한 수영장을 자랑하는 프리미어빌리지까지 선택의 여지도 넓어지고 있다. 리조트들이 각기 개성을 뽐내고 있지만, 가장 특색 있는 호텔을 꼽으라면 JW 메리어트 에메랄드 베이 리조트&스파다. 유명 호텔 건축가인 빌 벤슬리(Bill Bensley)가 설계한 호텔로, 라마르크(Lamarck) 대학이 콘셉트다. 라마르크대는 프랑스 생물학자 장 밥티스트 라마르크에서 딴 이름으로, 호텔을 실험실과 도서관, 박물관까지 진짜 대학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섬세하게 꾸며놨다. 레트로한 분위기의 벽화도 특별한 재미다. 리조트를 돌아다니면 19세기 유럽의 어느 캠퍼스를 걷는 기분이 든다. 구석구석 베트남 문화도 녹아 있다. 호텔의 거리는 호이안의 옛 거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입구를 지키고 있는 커다란 개는 푸꾸옥의 토종견을 상징한다. 고풍스러운 가구와 가슴에 새기고 싶은 문구, 위트 넘치는 그림을 좇다 보면 시간이 훌쩍 흐른다.

느억맘과 후추, 그리고 진주

베트남에서 떨어진 섬이지만 이곳의 시장을 빠뜨릴 수 없다. 푸꾸옥 중심부에 있는 즈엉동 시장은 현지인과 관광객이 어우러져 활기를 느낄 수 있는 야시장이다. 반가운 형형색색의 열대과일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생선을 향해 달려드는 파리를 쫓기 위해 손을 휘휘 젓고 있는 주인장, 더운 날씨에도 바나나를 불에 굽고 있는 할머니, 골목 사이사이 청량함을 퍼트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시장의 정겨움이 와락 달려들었다.

베트남의 다양한 특산물을 볼 수 있는데, 푸꾸옥에서 유독 흔하게 볼 수 있는 보석이 있다. 진주다. 푸꾸옥은 진주양식으로 유명하다. 순백색 진주부터 오묘한 색을 뽐내는 특이한 진주까지 종류도 여러 가지다. 해산물이 풍부한 섬답게 각종 해산물 식당도 줄줄이 이어져 있다. 싱싱한 크랩 전문점을 비롯해 서서 맛볼 수 있는 한 접시 해산물까지 다채롭다. 걷다 보면 맛보기 땅콩을 손바닥에 얹어준다. 한번 맛을 보면 고소함에 지갑이 절로 열린다.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후추와 느억맘(Nuoc Mam) 소스도 챙겨보자. 푸꾸옥은 베트남에서도 손꼽히는 느억맘 소스와 후추 생산지다. 느억맘 소스는 거의 모든 베트남 요리에 들어가는 생선 소스로, 푸꾸옥에서 생산한 제품을 최고로 친다. 푸꾸옥 근처에서 잡히는 멸치가 영양이 풍부하고 향기가 좋기 때문이다. 기념품으로 추천하고 싶지만, 혹시 파손될까 걱정이라면 후추도 좋다. 푸꾸옥의 대표 특산품 중 하나가 후추다. 시장에서 흑후추, 적후추, 백후추 등 다양하고 질 좋은 후추를 구입할 수있다. 야시장은 오후 5시부터 문을 열며 저녁 8시 전후로 가장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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