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정감사에서는 작년 8월 진보 성향의 강신욱 통계청장 임명 이후 끊이지 않았던 통계청의 중립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통계청이 현 정권에 유리한 통계 생산에 기여하고 자료를 청와대에 불법 유출했다는 의혹이 집중 제기됐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기획재정부가 소득불평등이 개선됐다며 발표한 분배 지표는 명백한 통계 왜곡이며 여기에 통계청의 책임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이 지적한 통계는 기재부가 지난달 내놓은 ‘최근 중산층 소득개선 현황’에 담긴 지니계수다. 기재부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1분기 0.330에서 올 1분기 0.317 등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개선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재부가 제시한 지니계수는 1인 가구를 제외하고 분석한 것이었다. 지니계수 공식 통계는 전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다. 1인 가구를 포함한 지니계수는 올해 들어 개선되지 않았다.
유 의원은 “1인 가구를 임의로 뺀 통계는 조작에 가깝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통계청 가계동향조사를 기반으로 통계를 재생산한 전례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계청은 기재부에 가계동향조사 기초자료를 제공해 왜곡된 통계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이런 자의적인 통계에 문제 제기도 안 한 것은 국가 통계를 총괄하는 통계청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청장은 “기재부에 기초자료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이를 기반으로 통계를 분석하는 것은 각 기관의 자율”이라고 해명했다.
통계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작년 5월 분배가 악화됐다는 가계동향조사 통계가 나오자 청와대가 외부에 공표되지 않은 관련 기초자료를 통계청에 요구해 받아갔다”며 “이는 불법 자료 유출이며 통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공식 발표되지 않은 통계를 받으려면 서면으로 신청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구두로 요청해 자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새로운 통계를 만들어 발표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늘어난 실업자는 빼고 분석한 수치여서 ‘통계 마사지’라는 비판이 일었다.
추 의원은 또 “당시 홍 전 수석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이던 강 청장에게 통계 기초자료를 건넸는데 이 또한 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강 청장은 “지난해 5월엔 연구원 신분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몰랐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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