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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훈의 궤도 변경은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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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기자] 2002년 데뷔해 드라마로, 예능으로 한결같이 우리 곁에 함께 하는 배우 김지훈. 우리에게 익숙한 김지훈은 지금 궤도 변경 중이다. 데뷔 20년이 다 돼가는, 현장 경험이라면 찰 데로 찬 노련한 배우지만 그의 도전 의식만큼은 신인처럼 푸릇하다.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걸어갈 수 있는, 그가 이미 쌓아온 연기 궤도에서 벗어나, 좀 더 넓고 다양한,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서고 싶다는 김지훈. 데뷔 후 한결같이 잘생김을 뽐내는, 어쩌면 나날이 무르익어가는 그의 외모만큼이나 연기에 대한 그의 마음 역시 한결같다 못해 어쩌면 나날이 성장 중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답하는 말 하나하나에서 새로운 도전, 앞으로의 발전, 성장에 대한 그의 진지한 마음과 치열한 고민을 엿 볼 수 있었다. 궤도 변경 중인 김지훈을,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환절기에 만나서 나눈 이야기 한 자락을 공개한다.

Q. 화보 촬영 소감

“사진 느낌이 내가 원했던 느낌과 비슷하게 나온 거 같아서 좋았고, 분위기가 좋은 화보 촬영현장이라서 즐거운 작업이었다”

Q. 근황

“올 초에 드라마가 끝나서 시간이 꽤 흘렀다. 지금은 다음 작품은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필라테스나 스트레칭 등 건강을 위한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수록 몸이 굳고 유연성도 떨어지고 몸의 밸런스도 깨지는 것 같더라. 그런 걸 바로잡을 수 있는 운동을 하며 지내는 중이다. 취미 삼아 복싱도 하고”

Q. TV조선 드라마 ‘바벨’과 시사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까지. 배우에서 진행자까지 도전했는데. ‘서처K’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요즘 시대가 급변하고 있지 않나. 미디어 매체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그런 와중에 가짜뉴스도 범람하고 있고.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사람들에게 가짜뉴스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우고, 가짜뉴스를 파헤치면서 왜 가짜뉴스가 만들어지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면서 조금이라도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분별력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 페이크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Q. JTBC 예능 ‘크라임씬’에서도 색다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후속작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은데 본인의 생각은

“나도 후속작을 기다리는 마음이다(웃음). 다른 걸 떠나서 ‘크라임씬’이라는 프로그램을 하는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촬영하는 것도 즐거웠고 나에게 잘 맞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 나 역시 기다리는 입장이긴 한데 잘 모르겠다(웃음)”

Q. ‘크라임씬’을 촬영하며 생각나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사실 내가 했던 역할들이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고, 특색 있는 역할이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평범했던 것 같다. 초반에 맡은 롤을 잘 수행하면서 제작진분들이 나에게 독특한 역할을 줘도 잘 수행할 거라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그러면서 여러 특이한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좋은 반응을 얻고, 평범하지 않은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모든 게 즐거운 에피소드였다”

Q.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힘들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 있는 캐릭터에 내가 상상력을 더해 더 풍부하게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새로운 도전이지. 종이로 적혀있는 2차원적인 캐릭터를 내 생각과 애드리브와 여러 가지를 더해 3차원적인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는 것. 그러면서 기상천외한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보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받아들여 주시고 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Q. 애드리브도 많았을 것 같다

“대사의 80%가 애드리브였다. 출연자들이 받는 페이퍼에는 대사나 지문이 주어져 있는 게 아니라 내가 맡은 인물에 대한 설명만 적혀 있으니까. 상황만 주어지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사나 이후의 전개는 출연자들이 캐릭터에 몰입해서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만들어지는 거였다. 거의 다 애드리브라고 볼 수 있지”


Q.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가 있다면

“오타쿠인 김순진 역할을 맡았을 때 사용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인터넷 용어를 많이 준비해 갔었다. 후덜덜이라거나 오나전이라거나(웃음). 이런 인터넷 용어 중에 신조어처럼 된 멘트를 준비해 가서 김순진의 대사로 사용했는데 그게 성공적인 애드리브가 돼서 그런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Q. ‘크라임씬’ 등의 예능을 통해 올드한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고. 성공적인 행보였던 것 같은지

“어느 정도의 득과 실이 모두 있는 것 같다. ‘크라임씬’을 함으로써는 나한테 사람들이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된 것 같고. ‘크라임씬’ 자체가 기존에 내가 주로 맡았던 주말드라마 캐릭터나 어느 정도 연령 이상의 시청자층이 많은 프로그램이 보다는 연령대가 어린 시청자들이 주로 보는 프로그램이니까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 쇄신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고. 또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내 의도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쳐 오해가 생기기도 했으니 그건 실인 부분인 것 같고. 양면이 모두 존재한 것 같다”

Q. 배우도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이니만큼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본인도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주는데. 이런 움직임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 섞인 마음은 없을까

“부담이 어느 정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실 나는 선한 영향력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내가 무언가를 한다고 했을 때 그 일에 대해서 사람들이 지지해 주고, 나를 따라서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지길 바라는데 사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어떤… 정치적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이 부담이기도 하지만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는 건, 내가 하는 행동이 어느 한 진영에 속해서, 누군가를 지지해서 그러기보다는 최소한 인간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정의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색깔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정의, 불의의 문제랄까. 그런데도 내 행동이 모든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는 거니까 그런 부분에선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부분 같다”

Q. 최근작 ‘바벨’에서는 김지훈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다. 폭력도 불사하는 악역에 결국 죽음을 맞는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 캐릭터 몰입을 위해 했던 방법이 있다면

“다른 것보다 대본을 반복해서 많이 본 것 같다. 내가 맡은 인물이 대본을 반복해서, 깊이, 집중해서 볼수록 감춰져 있던 모습이 한 꺼풀씩 벗겨져 보이더라. 어느 배우가 캐릭터를 맡느냐에 따라서 정말 천차만별의 모습이 탄생하지 않나. 그래서 최대한 나만 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을 하지만 처음에는 완성된 캐릭터와 그걸 연기하는 나 사이에 간극이 있다. 그런데 대본을 반복해서 보고 조금씩 베일을 걷어가면서 구체적으로 캐릭터가 그려지면 점차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 같다”

Q. 김지훈 하면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심리학을 전공한 탓에 능숙하게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던데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심리학을 전공한 게 내가 캐릭터를 이해하고, 대중에게 이 캐릭터를 공감이 가는 인물로 만드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은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하지 않고서는 남들에게 공감 가는 캐릭터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을 해서… 일단은 내가 이 인물의 생각과 행동, 말에 대해서 이해를 하는 게 첫 번짼데 그런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와 작품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안 해 본 역할에 대해서는 늘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고 특히 액션에 대한 목마름이 좀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히어로물 장르가 나오기가 아직은 시기상조고 조금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그런 장르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오지 않겠나(웃음). 그런 히어로물에 도전해 보는 재미있을 것 같고(웃음)”

Q. 히어로물을 보면서 탐나는 캐릭터가 있었나 보다(웃음)

“SF나 슈퍼 히어로보다는 액션 영화의 현실적인 히어로들이 있지 않나. 영화 ‘존 윅’이나 ‘본 아이덴티티’와 같은 시리즈물의 주인공들. 기회가 된다면 그런 액션 영화의 주인공에 도전해서 열심히 해 보고 싶다(웃음)”


Q. 데뷔 이래 긴 공백기 없이 꾸준하게 활동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그 이유

“여러 의미로, 여러 가지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을 수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가장 최근에 마친 작품인 ‘바벨’이 떠오른다. 대중들이 나에게 쉽게 매칭시키지 못했던 굉장히 사악하고 폭력적인 인물을 맡았는데 나한테도 도전이었다. 사실 원래는 특별출연의 성격이 컸다. 5회 정도 출연하는 일정이었는데 열심히 연기를 한 걸 좋게 봐주시기도 했고 캐릭터에 대한 반응이 커서 10회 이상 그 캐릭터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었다. 내가 안 해 본 색깔의 캐릭터에 도전했다는 것 자체가 성공적인 역할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Q. 배우는 혼자 연기할 수 없는 직업. 많은 상대역을 만나봤겠지만 한 번쯤 한 작품에서 호흡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

“정말 많다. 연기 잘하는 사람과 호흡을 맞추는 건 연기자로서 정말 즐거운 일이니까. 가장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예전부터 좋아한다고 자주 언급한 이병헌 선배님. 요즘 내 또래 중에서는 조정석 배우. 단연 눈에 띄는 연기력을 보여 주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같이 작업을 해 보면 정말 즐겁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있다”

Q. 오디션과 캐스팅을 반복하는 직업이니만큼 슬럼프도 겪었을 것 같은데. 슬럼프와 극복 방법

“사실 배우로서 슬럼프는 늘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지금이 슬럼프인 것 같기도 하고. 내 개인적으로 연기자로서 큰 포부를 가지고 있는 편인데, 사람들이 나에게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들, 닫힌 시야, 편견을 깨고 싶지. 그러면서 더 큰 배우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슬럼프가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기존에 익숙하게 생각했던 궤도를 벗어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더 큰 궤도, 다양한 길을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상태니까 더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분들과 만나고 싶은 마음 역시 크다. 꾸준하게 노력하고 싶다”

Q. 도전을 꺼리지 않는 것 같은데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요즘 여러 가지로 유튜브가 인기를 얻다 보니까 유튜브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는데 그래도 결론은 나는 연기를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더라. 연기할 때 가장 행복을 느껴서 이 일을 하는 이유가 크다. 부와 명예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따라오는 거로 생각하기도 하고. 그래서 연기 외에 다른 분야로의 도전은 좀 유보 상태다. 연기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

Q. 출연하고 싶은 예능

“예능에 대한 생각이 요즘은 좀 복잡하긴 한데 만약에 출연하게 된다면 MBC ‘나 혼자 산다’가 좀 재미있을 것 같다. 평소 대중들이 나에게서 보는 모습과는 좀 다른 느낌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되기도 하고… 내가 평소 다양한 운동을 하는 탓에 그런 부분을 담아내면 좀 재미있지 않을까? 피디님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봤다(웃음). 스트레칭을 전문으로 하는 학원에 다니는데 이건 안 웃길 수가 없는 장면이다. 체조선수가 아닌 이상 억지로 스트레칭을 하고 다리를 찢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보시기에 웃길 거다(웃음). 종일 필라테스하고 스트레칭하고 킥복싱하고… 운동하는 모습이 좀 다채롭지 않을까”

“또 아직 정해진 것도 없고 나도 기다리는 입장이긴 하지만(웃음) ‘크라임씬’이 새로운 시즌에 들어가서 섭외가 온다면 정말 흔쾌히, 망설임 없이 참여하고 싶다”

Q. 10년 후 김지훈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보다는 바람이지만 한국의 ‘존 윅’이나 ‘본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할 수 있는 위치가 돼있길 바란다. 나이가 들어가는데 액션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도 계실 수 있지만 나는 그런 한계를 깨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고(웃음) 리암 니슨을 비롯한 중년의 배우들이 멋진 액션 연기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그런 배우들처럼 나이의 한계를 뛰어넘고 싶다는 용기를 얻는다”

Q.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배우로서는 김지훈이 어떤 작품을 한다, 어디에 나온다는 말이 있으면 다른 이유 없이 믿고 볼 수 있는, 믿고 보고 싶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나도 그런 배우가 있으니까. 사회적으로는 배우로서 선하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Q. 2019년 목표

“목표보다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게 최선인 거 같다. 너무 멀리 바라보면 지치기 마련이고 하루하루 충실하게 내 하루를 채워 나가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디터: 이혜정, 나연주
포토그래퍼: 차케이
의상: 오디너리피플, 네이비 바이 비욘드클로젯, 마이누
슈즈: 달리반피카소
아이웨어: 까스텔바작
주얼리: 위드란(WITHLAN)
헤어: 소연 미장원by태현
메이크업: 미애 미장원 by 태현
장소: 데이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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