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데이트가 있는데 얼굴이 푸석푸석. 마스크팩을 지금 받아 쓸 수 없을까’ ‘쇼핑백을 몇 개씩 들고 다니며 쇼핑몰에서 보내려니 팔도 아프고 번거롭고. 집까지 좀 가져다주는 서비스는 없을까.’
소비자의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새로운 배송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대형 택배회사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틈새 물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품 전문 서비스 및 개인 간 중고거래 택배, 아파트 단지 주민의 심부름 등이다. 물류체계의 말단에서 실핏줄처럼 기업과 소비자, 소비자와 소비자를 연결하고 있다.
부릉, 올리브영 화장품 당일배송
메쉬코리아의 배송 브랜드 ‘부릉’은 작년말부터 올리브영 상품을 배달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의 배송을 맡았다.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화장품 등을 주문하면 인근 부릉 배송기사들이 올리브영 매장에서 물건을 받아 세 시간 내에 전달한다.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11시에 받을 수 있다.
2013년 창업한 메쉬코리아는 음식 배달에 주력했다. 경쟁이 치열해져 사업영역 확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을 때 1200여개 매장을 둔 올리브영과 협업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2017년 올리브영을 찾아가 점포 물건을 배송서비스하자고 설득했다.
김희종 메쉬코리아 영업본부장은 “올리브영이 음식점처럼 당일 배송을 도입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양사의 니즈가 잘 맞았다”고 말했다. 올리브영도 배송 서비스를 고민하던 때였다. 두 회사는 지난해 12월 서울 60개 올리브영 매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3만원 이상은 무료, 3만원 미만은 5000원을 받았다.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 오늘드림 배송 건수는 4만8000여 건에 달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오늘드림 서비스 만으로 인기 점포 한 곳 이상의 실적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서울, 경기, 인천, 제주 등 150개 점포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건은 맡기고 가족끼리 편하게
특정 쇼핑몰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한 상품을 집으로 배송해주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홍콩에서 시작한 글로벌 물류 스타트업 고고밴은 지난 8월 말 경기 용인에 문을 연 복합쇼핑몰 ‘롯데몰 수지’에서 연내 배송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고고밴은 롯데몰 수지가 문을 열기 전부터 운영사인 롯데자산개발에 “일부 공간을 내어주면 소비자가 쇼핑한 물건을 맡았다가 집까지 배송하겠다”고 제안했다. 롯데몰에 입점한 롯데마트 물건은 물론 의류, 서적, 가전 등 다양한 매장 상품을 반경 3㎞까지 배달할 계획이다. 롯데몰 수지의 반경 3㎞ 내에 20만 가구가 밀집해 있어 차 없이 걸어오는 방문객이 절반을 넘는다.
고고밴 관계자는 “차를 갖고 오지 않아도 부담 없이 쇼핑할 수 있다”며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쇼핑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차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고밴은 현재 아시아 7개국에서 서비스중이며, 고고밴코리아는 카카오그룹, 티몬 등에 제공하는 퀵서비스부터 페덱스,UPS,DHL등에 제공하는 수출입화물, 현대모비스 등에 제공하는 내륙 화물운송까지 다양한 운송 모델을 운영, 공급중으로 향후 이커머스, 풀필먼트 등의 시장에서 다양한 물류,유통의 변화에 대응하여 더욱 서비스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커지는 반품 택배·생활 심부름 시장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주유소를 활용해 ‘홈픽’이란 브랜드로 반품택배 시장을 파고든 줌마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줌마는 SK와 GS의 전국 400여 개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한다. 주유소의 유휴 공간을 임차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쇼핑몰 등에서 구입했다가 반품하는 택배물량을 보관했다가 다시 배송한다. 올해 1월 24만5000건이던 줌마의 택배처리 물량은 지난달 70만 건을 넘어섰다.
‘김집사’라는 브랜드로 심부름 등 생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달리자’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상가에 거점을 마련해 편의점 음식점 슈퍼 카페 등에서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대신 구매해 배송한다. 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한 김집사는 현재 380개 단지 30만 가구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달 김집사 서비스를 이용한 건수는 2만 건에 달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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