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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암행순찰차, 언제나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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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위 무질서 잡는 고속도로순찰대 동행 취재
 -영상 및 속도, 차간거리 실시간 확보해 기록
 -난폭·얌체 운전자 끝까지 쫓아가서 단속

 출근길을 재촉하는 이른 아침,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고속도로순찰대 제 1지구대를 찾아갔다. 지정된 장소로 단속을 나가기 위해 경찰관들은 분주한 모습이었고 한쪽에는 수십여 대의 경찰차가 도열해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한 차가 보인다. 경찰 데칼은 차체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로지 그릴과 유리 안쪽에 LED 경광등만이 번쩍이고 있었다.

 평범한 모양새의 이 차는 바로 암행순찰차다. 경찰청에서는 난폭 등 얌체 운전 단속을 위해 2016년부터 암행순찰차를 도입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것도 사실이지만 암행순찰차는 해외에서 언마크드 폴리스 카(unmarked Police Car)로 불리며 폭넓게 도입, 운영 중인 효율적인 단속방법이다. 암행순찰차는 경부선 고속도로에 2대를 최초로 도입한 이후 단속 및 예방효과가 검증되면서 지금은 수십여 대로 늘어나 전국 고속도로에서 활동 중이다.

 쏘나타 터보를 활용한 암행순찰차의 겉모습은 수수했다. 경광등과 암행순찰차 전광판만 실내에 부착돼 있을 뿐이다. 대시보드에는 내비게이션 모니터와 순찰차 전용 UI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변속레버 위에도 추가로 경광등 조작 버튼을 설치했다. 센터패시아 중앙에는 단속을 위한 특별한 장치를 달았다. 앞차와의 거리는 물론 속도와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다. 녹화 버튼을 누르면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기록돼 난폭운전자 증거물로 확보된다.

 취재를 함께한 경기 남부권 암행순찰을 담당하는 이홍열 고속도로순찰대 1지구대 암행 팀장은 "수도권 고속도로는 교통량이 많아 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라고 말한 뒤 "본격적으로 교외로 나가는 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 난폭 운전 적발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속할 지점인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로 향했다. 차간 거리가 벌어지자 빠른 속도로 차선 변경을 하는 차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녹화를 시작하고 차를 예의주시하면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난폭운전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 팀장은 "단순히 몇 번 속도를 높이고 추월했다고 해서 단속하지 않는다"며 "꾸준히 차의 동선을 지켜보고 위협 운전이 의심되면 본격적으로 추격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한참을 달렸을 무렵 갑자기 경찰관들이 분주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하얀색 수입 해치백이 빠른 속도를 내며 암행순찰차 앞으로 질주했다. 구간단속 시작 지점에서도 차선을 물고 통과하면서 단속을 피했다. 순찰차는 곧바로 속도를 내 뒤쫓았다. 어찌나 빨리 달리는 지 터널에서 시속 180㎞로 따라붙었지만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3차로에서 1차로로 급차선 변경을 했고 합류 지점에서는 사고가 날 뻔한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추격전은 12㎞ 넘게 이어졌고 그 안에 단속 대상 차종은 잇따라 불법을 저질렀다. 경찰이 촬영하고 확인한 범법 행위만 대여섯가지를 넘었다. 운전자는 과속을 멈추지 못하고 속력을 높이다가 드디어 톨게이트에 가까워져서야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암행순찰차는 존재감을 알리는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렸다. 혹여 순찰차를 따돌리고 도주를 하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순순히 차를 세우고 경찰의 안내를 따랐다. 이후 안전한 곳에 정차한 뒤 난폭운전에 대한 위반 사실 확인을 시작했다. 운전자는 대부분의 잘못을 시인했고 자필로 진술서를 적었다. 이 팀장은 "위반 증거물(실시간으로 찍힌 영상과 위반 내역)이 정확하기 때문에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들도 대부분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암행순찰차는 현장에서 벌점이나 교통 범칙금을 부과하진 않는다. 다만 바로 경찰서로 인계한다. 위반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진술서를 작성 뒤 관할 경찰서에서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벌점에 따라 면허 정지 또는 취소, 심할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형사 입건 대상이 된다. 형사 입건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같은 위반행위라도 암행순찰에 의한 처벌 수위가 더욱 강력한  이유는 간단하다. 난폭운전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청이 발표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 고속도로 기준 사고 사망자 수를 살펴보면 125명으로 지난해 170명 보다 26.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국 확대 시행 1년 후 일반 순찰차 대비 단속과 예방효과를 분석한 결과 동기 대비 교통사고와 부상도 평균 20% 넘게 감소했다. 암행순찰차가 도로 위 질서 확립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경찰청은 올해부터 각 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에 암행순찰 전담팀을 신설·운영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복귀하는 길에는 전용 차로 위반 차를 잡아 단속을 이어나갔다. 암행순찰차는 단순히 난폭운전만 잡는 게 아니다. 갓길 통행이나 전용 차로 위반, 과속 등 도로 위 모든 불법 행위를 감시하고 트럭과 버스 등 차종 가리지 않고 단속한다.

 이 팀장은 "과거에는 함정 수사라며 부정적인 반응이었지만 최근에는 응원이 늘었고 난폭운전자를 잡을 수 있게 협조도 많이 받고 있다"며 "신뢰 원칙이 우선시 되는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행순찰차는 도로 위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오늘도 길을 나선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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