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몸속으로 들어온 산소의 양에 인체가 적응하는 방법 등을 연구한 미국과 영국 의학자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7일 윌리엄 케일린 주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그래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세포와 조직이 산소의 양을 감지하는 것은 많은 질병과 연결돼 있다”며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빈혈은 물론 암을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이 나왔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음식을 에너지로 변환하려면 산소가 필요하다. 산소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산소량 변화에 세포가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수상자들은 저산소유도인자(HIF-1알파) 유전자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해 1991년 논문을 발표했다. HIF-1알파는 몸에서 계속 나오는데 산소가 있으면 분해된다. 산소가 없으면 분해되지 않고 안정화돼 혈액으로 들어가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다.
유수종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산소는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수상자들은 항상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HIF-1알파가 생성되는 기전은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 빈혈이 있는 만성 신부전 환자는 적혈구형성인자(EPO) 주사 치료를 받아야 한다. HIF-1알파를 활용하면 먹는 약으로 개발할 수 있다.
암 치료에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HIF-1알파를 억제해 암 세포로 산소가 가지 않도록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HIF-1알파를 활용해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바이오기업도 있다.
홍용래 크리스탈지노믹스 연구소장은 “HIF-1알파가 많아지면 혈관이 자라고 에너지 대사가 원활해진다”며 “면역에 문제가 생긴 염증성 장질환을 HIF-1알파로 치료하는 연구가 비임상 단계에 있다”고 했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은 예비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의 기초의학부문 수상자로 2016년 선정됐다.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상금은 900만크로나(약 10억9500만원)다. 세 명의 수상자가 상금을 나눠 받는다. 시상식은 올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