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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의결권 위임, '꼼수' 말고 제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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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내년부터 국내 운용 주식의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넘기기로 했지만 실제 위임 대상 주식 가치는 전체의 6%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의 직접 투자와 위탁 투자 비중이 약 55 대 45인 점을 감안하면 ‘무늬만 의결권 위임’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과 위탁운용사가 동시에 투자한 기업은 의결권 위임 대상에서 제외하는 ‘꼼수’를 쓴 결과다.

복지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의결권 행사 위임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의 독점적 의결권 지배력과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의식한 조치였다.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 우려를 해소한다는 취지를 생각하면 위임 대상의 대폭 축소는 거꾸로 가는 것이다. 게다가 복지부 지침대로 하면 소형주들이 주로 의결권 위임 대상이 되는 반면,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대표 일반기업과 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등 금융회사는 의결권 위임 대상에서 모두 빠진다. 국내 주요 기업에 대한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는 얘기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 원칙)를 앞세운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퇴진시킨 데서 보듯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복지부의 국민연금 의결권 위임 꼼수는 연기금의 경영 참여를 확대하는 금융위원회의 대량보유 공시의무 규제(5%룰) 완화와 함께 대기업에 ‘공정경제’ 성과를 압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키우고 있다. 정부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 지원을 내세우지만, 저의가 의심스럽다. ‘5%룰’이 완화되면 기업 경영 간섭은 더욱 자유로워진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지배구조를 장악한 상황에서 이는 곧 정부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결과로 이어져 투자와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국민연금 의결권 위임 꼼수까지 동원한 기업 옥죄기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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