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 간 경제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경제의 악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수출 관리를 엄격화한다는 명분으로 7월 4일부터 반도체 소재인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핵심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모든 수출을 건별로 심사받도록 해 규제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데, 개별 심사에는 신청에서 승인까지 최장 90일이 걸린다.
수출 규제는 일본 소재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간산업인 반도체업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징용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수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지난달 말까지 약 3개월간 대상 3개 품목 중 경산성의 허가가 나온 것은 포토레지스트 3건, 불화수소 3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 등 7건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는 곧바로 일본 기업의 수출 제한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1차적으로 해당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국과 거래하던 일부 제조업체는 여전히 허가가 나오지 않아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불화수소를 수출해온 모리타화학공업의 한 간부는 "9월 중 기대하고 있었지만 (수출) 재개가 10월 중이 될지 모르겠다"며 "매출에 미치는 영향도 커 한시라도 빨리 재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불화수소 업체인 스텔라케미파 측도 "이달 4일까지 한국 수출허가가 나오지 않았다"며 "계속 심사 중이라서 언제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수출허가를 받는 데 성공한 한 업체 측은 첫 번째 신청이 서류 미비를 이유로 반려되는 등 여러 번 신청한 끝에 허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한국 제조기업들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소개했다.
LG디스플레이가 유기EL패널 생산 라인에서 한국산 불화수소를 시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삼성전자도 최첨단 소재를 쓰지 않는 이전 세대 반도체 생산라인에선 한국산을 시험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닛케이는 결론적으로 "일본에 한국은 제3위의 교역 상대국"이라며 "한국과의 관계 악화는 그대로 (일본의) 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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