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300인 미만 기업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관련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등 경제 4단체장과의 비공개 오찬에서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이 같은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최근 수출 감소와 경기 부진에 대한 경제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경제단체장들은 “기업인들의 의지를 북돋는 정책들이 절실하다”는 호소와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한 건의사항들을 전달했다. 김기문 회장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관련, “중소기업의 56%가 준비가 안 된 것으로 조사됐는데 고용노동부는 39%만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발표했다”고 정부와 기업 간의 괴리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준비가 덜 된 부분을 인정한다”며 “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방법이 있는지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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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규제 개혁, 법으로 안되면 시행규칙 바꿔서라도 해달라"
경제 4단체장, 文대통령 만나 "기업 애로 풀어달라" 호소“규제 개혁이 절실하다. 법으로 안 되면 시행규칙을 바꿔서라도 해 달라.”(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주 52시간 근로제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쏟아낸 말이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 규제, 글로벌 경기 둔화 등 온갖 악재로 허덕이는 기업들의 현실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요청’이라기보다는 ‘호소’에 가까웠다는 후문이다.
오찬 제안한 靑…핵심 참모들 배석문 대통령과 4대 경제단체장과의 오찬은 청와대 제안으로 이뤄졌다. 정부 출범 이후 경제단체장만을 대상으로 식사 자리가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경제계 이야기를 듣고 의견도 교환해보자는 것이 오늘의 목적”이라고 짧게 발언한 뒤 참석자들의 말을 주로 경청했다. 배석한 참모들에게 요청 사항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청와대에선 문 대통령 외에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 핵심 참모진이 배석했다.
답답함 쏟아낸 경제단체장들경제단체장들은 기업이 제대로 뛸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과 함께 친(親)기업 메시지도 전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및 준비가 안 된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해직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추진 등 친노동정책이 쏟아지면서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토로가 이어졌다.
박용만 회장은 “민간 기업의 생태계가 건강하지 못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시행할 수 있는 대대적 규제 혁파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법 개정에 시간이 소요된다면, 정부의 시행령·시행규칙으로 풀 수 있는 내용을 찾아 달라”고 덧붙였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부가 노동권 강화를 추진하는 것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업 입장도 반영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파업 때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등 각종 노동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문 회장은 내년부터 중소기업(50명 이상~300인 미만)에 적용되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화평법)·화관법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 부담 역시 현장의 인식과 정부 조사 결과 사이의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을 위한 경영계의 협조를 당부했지만 참석자들은 “노사 양쪽의 균형된 입장 반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며 의견 차를 보였다.
文 “의견 반영해 보완책 마련”문 대통령은 최근 나빠진 경제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 경제 하강이 국제기구나 전문가들 예측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각 나라 모두 경기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 단축 문제를 비롯해 “경제 활력과 혁신 성장을 위해 적극 행정을 통해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등 제기된 의견들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참석자들을 통해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다국적 기업 공단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와대는 “정부가 바뀌어도 개성공단에 유턴한 기업들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견을 구했을 뿐”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박재원/장창민/김진수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