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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500만원짜리 기차표 인기 폭발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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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철도회사 JR큐슈는 1987년 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회사였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는 5000억원이 넘는 흑자기업이자 36개 자회사를 거느린 철도그룹으로 탈바꿈했다. 무엇이 JR큐슈를 이렇게 완전히 바꿔 놨을까.

가라이케 고지 JR큐슈 대표는 저서 <아주 작은 디테일의 힘>에서 작고 사소한 부분까지 집중하는 ‘디테일 전략’을 그 요인으로 꼽았다. 대표적인 예가 나나쓰보시 기차다. 나나쓰보시는 망해가던 시골 기차였다. 하지만 지금은 하루 이용료가 500만원이 넘는데도 500 대 1의 탑승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 ‘죽기 전 꼭 한번 타보고 싶은 특급 관광열차’로 꼽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나나쓰보시에는 JR큐슈의 디테일 전략이 집약돼 있다. 먼저 이용자 동선을 고려한 설계다.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 쉽게 창을 액자처럼 디자인했고, 좌석 위치에 따라 볼 수 있는 풍경이 한정적이라는 점에 착안해 기차 통로를 지그재그로 만들어 서로 다른 풍경을 볼 수 있게 했다. 나나쓰보시가 제공하는 음식도 디테일이 남다르다. 점심식사로 완성된 도시락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후쿠오카 최고 초밥식당 야마나카의 최고 장인 야마나카 다쿠오가 승객 앞에서 초밥을 직접 만들어준다. 승무원들은 틈나는 대로 승객을 찾아가 불편사항을 묻고 처리해준다. 열차답지 않게 내부를 전통공예 방식으로 수작업한 뒤 옻칠로 반짝반짝하게 관리한다. 직원들은 틈틈이 객실 바닥부터 아무도 보지 않는 열차 지붕까지 닦는 열정을 보인다.

저자는 “고객이 경험할 체험을 설계하고 감동을 주는 것이 디테일 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자주 웃기, 자신이 할 일을 밝고 힘차게 외쳐보기, 청소하기, 승객과 2m 내에서 대화하기, 내 언어로 말하기, 메모하기, 일에 속도를 높이기, 매출 목표 세분화하기 등 그가 회사 직원들에게 제시한 디테일 경영의 세부 행동 전략에는 직원들의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내는 수단인 ‘기(氣)’가 숨어 있다. 저자는 “사람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만 회사가 건강해지고 그 힘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강점을 고객에게 디테일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정은희 옮김, 비즈니스북스, 256쪽, 1만4000원)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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