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서울 광화문광장, 시청광장,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였다. 5060세대 보수층뿐만 아니라 20~30대 ‘샤이보수’까지 몰려나오면서 규모는 2016년 국정농단 당시 촛불집회를 방불케 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동 앞 검찰개혁 집회에 대규모 인원이 몰리면서 반대급부로 ‘보수 총집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보수 세력 ‘광화문 총집결’개천절인 3일 자유한국당을 포함해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국민저항운동본부, 태극기시민국민혁명운동본부 등 크고 작은 보수단체들이 서울 도심에서 조 장관과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퇴진’ ‘조국 아웃’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광화문광장으로 모였다. 50대 이상 장년층은 물론 가족 단위 참가자, 20~30대 참가자 등 연령층도 다양했다.
이날 오전 광화문광장 남쪽과 동화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한 집회 인원은 오후가 되면서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정부서울청사~서울역까지 늘어진 도로 2.1㎞를 빼곡히 채웠다. 세종로사거리와 이어진 신문로1가, 종로1가 도로 일부도 모든 차선이 통제됐다. 예상보다 참가 인원이 빠르게 모여들자 경찰은 급히 ‘인간울타리’를 만들어 버스 등 차량이 빠져나갈 길을 조성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1400여 개가 모인 범국민투쟁본부는 조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범국민투쟁본부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과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을 주축으로 모인 보수성향의 단체다. 김 전 지사는 “문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의 대변인 역할만 한다”며 “우리는 김정은의 대변인을 대통령으로 뽑은 게 아니다”고 했다.
서울대에서 조 장관 규탄 촛불집회를 이어온 ‘서울대 집회 추진위원회’는 광화문광장 KT 빌딩 앞에서 자리를 잡고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당초 오후 6시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릴 대학생 연합집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바꿨다. 추진위 관계자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조 장관의 파면과 엄정 수사를 요구하기 위한 참여자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화문에 모였다”고 밝혔다.
일반 시민들도 연단에 올라 정부에 대한 비판 발언을 이어갔다. 부산대 행정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권현민 씨는 세종로공원 앞 한국당 집회에서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것은 사실상 조 장관 수사를 중단하라는 압력”이라며 “문 대통령은 자신을 왕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했다.
도심 곳곳에 퍼졌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께부터 한국당 측 참여자들과 합류해 청와대까지 가두 행진에 나섰다. 경찰이 충돌에 대비해 진입을 막으면서 이들은 청와대 방향 도로 위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대치 상태에서 일부 보수단체 회원은 경찰과 충돌을 일으켰다. 이날 오후 3시20분께 청와대 앞 경찰 저지선을 뚫으려 각목을 휘두른 35명이 경찰로 연행됐다. 저녁에도 시위대가 경찰 방패를 탈취하려는 등 충돌이 이어져 11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총 46명이 혜화서 등 6개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다”고 했다.
대학생연합도 ‘조국 규탄’ 집회집회에는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샤이보수’들도 쏟아져 나왔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은 물론 20대 대학생들도 “나라가 걱정된다”며 광장으로 나왔다.
경기 포천에 거주 중인 대학생 강혜진 씨(26)는 이날 가족과 함께 거리 집회에 참여했다. 강씨는 “정부가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 북한과 계속 친교를 맺으면서 국민에게는 거짓말을 일삼는 조 장관을 선임해 실망이 컸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충남 홍성군에서 올라온 정은영 씨(65)는 아들 내외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정씨 아들 내외도 ‘위기감’을 느껴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는 것이다. 정씨는 “이전에는 혼자 왔는데 가족과 함께 오니 더욱 힘이 났다”고 했다.
대학생들은 연합 촛불집회를 열고 조 장관 규탄을 이어갔다. 전국대학생연합 촛불집회 집행부는 이날 오후 6시 동숭동 마로니에공원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규탄 연합촛불집회’를 열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지에서 조 장관 규탄 집회를 열던 학생들이 모인 첫 집회다. 집행부 관계자는 “전국에서 조 장관을 규탄하는 서명 인원이 700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