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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 칼럼] '가짜뉴스'와 '반역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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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을 꼽는다면 ‘가짜뉴스(fake news)’일지 모른다. 툭하면 트윗을 날리며 직접 여론전을 펴는 그는 불리한 기사가 나오면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운다. 트럼프-힐러리 클린턴이 대결한 2016년 선거를 계기로 가짜뉴스가 사회적 관심사가 됐던 것도 기억할 만하다. 일상화된 SNS는 가짜뉴스의 생성-복제·재생산-전파·확산에 좋은 토양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불을 댕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도 그는 특유의 ‘가짜뉴스 몰아세우기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최근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이 사건은 지난 7월 트럼프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통화로 비롯됐다. 트럼프가 군사원조를 매개로 젤렌스키에게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관련된 비리 조사를 해달라고 압박했다는 게 폭로의 요지다.

트럼프는 제보자를 색출하도록 지시하면서 이번에는 ‘가짜 내부고발자’라고 몰아세웠다. 조사에 나선 민주당 소속 하원정보위원장을 겨냥해서는 ‘반역죄’를 범하고 있다는 격한 트윗도 날렸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보는 미국 사회의 눈길은 곱지 않다. ‘트럼프 탄핵 조사’에 55%가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까지 나왔다.

불리하면 가짜뉴스로 몰아세우며 역공격마저 불사하는 것은 한국에서도 흔하다. 어디서나 정치한다는 이들에게 공통된 기질적 소양인지 모른다. ‘조국 사태’가 진실 규명보다 진영대결, 세싸움으로 변질되면서 가짜뉴스 공방에 심지어 가짜뉴스를 적극 활용하는 사례까지 늘어나고 있다. 조국 장관 집 압수수색과 관련해 “여성만 두 분 있는 집에 많은 남성이 11시간 동안 뒤졌다”는 이낙연 총리의 언급도 그렇다. 실제로는 압수수색팀에 검사 1명과 수사관 1명이 여성이었고, 현장에 동석한 변호인 3명 중 1명도 여성이었다. 조씨 아들도 집에 있었다. 사실 확인도 않은 채 검찰을 공격한 것이라면 경솔했고, 알면서도 그랬다면 가짜뉴스를 확산한 게 된다. 여당의 ‘검찰청 앞 시위대 200만 명’ ‘짜장면 먹으며 압수수색’ 주장도 마찬가지다.

가짜에 좋은 게 무엇이 있을까만, 정치권의 가짜뉴스는 더 나쁘다. 대중선동을 노리는 의도는 뻔하다. 법치를 깔아뭉개고 집단주의를 획책하는 집권층발(發) 가짜뉴스는 그래서 더욱 경계할 일이다. 동서고금의 군중 동원과 거리정치, 독재는 대개 가짜뉴스로 시작됐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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