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전쟁 와중에도 삼성전자가 일본 2위 통신회사 KDDI의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 공급사로 선정됐다. 5G 장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외 출장 때마다 고객사에 직접 ‘세일즈’할 정도로 큰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산업계에선 이 부회장의 활발한 현장경영 및 해외 네트워크와 삼성전자의 뛰어난 기술 경쟁력이 어우러진 결과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KDDI에 올해부터 2024년까지 5G 기지국 장비를 납품하기로 했다. 계약 금액은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KDDI는 삼성전자와 함께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등 3개 회사를 5G 장비 공급사로 선정했다. 삼성전자는 주로 일본 도쿄 등 수도권 기지국에 장비를 공급한다.
KDDI는 삼성전자에서 통신장비를 담당하는 네트워크사업부가 큰 공을 들였던 핵심 고객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5월 일본 출장 때 KDDI 핵심 경영진과 만나 ‘5G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KDDI는 삼성전자의 5G 기술력과 납품 실적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미 5G를 상용화한 한국 통신업체들과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등에 장비를 공급했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올해 1분기 기준 세계 5G 장비 시장에서 37%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KDDI 공급사 선정을 발판으로 일본 5G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일본은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개막 전에 5G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2021년까지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자율주행버스·원격의료서비스 시행 등에 5G를 도입할 방침이다.
KDDI를 포함한 일본 4개 통신사는 5G 서비스에 향후 5년간 1조6000억엔(약 17조80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기존 4G(4세대) 이동통신의 5G 전환 비용까지 합치면 투자금은 3조엔(약 33조34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NTT도코모, 소프트뱅크와 공급 계약을 맺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시장을 놓고는 삼성전자가 화웨이와 진검승부를 벌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세계에서 약 20건의 5G 구축 계약을 추가로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미국, 일본과 달리 ‘반(反)화웨이’ 기류가 약하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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