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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이 플루토(Pluto)란 이름을 갖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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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이 플루토(Pluto)란 이름을 갖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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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월 27일(11:34)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윤정현 문화부 기자) ‘플루토(Pluto)’란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플루토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를 말합니다. 죽은 자들의 신이죠.

1930년 2월 스물네살의 천문학도 클라이드 윌리엄 톰보가 발견한 천체에 ‘플루토’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그가 일하던 미국 애리조나 로웰 천문대는 1930년 3월 13일 명왕성의 발견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명왕성 연대기>를 쓴 천체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당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플루토’란 이름에서 광천수 하제(下劑)로 유명한 ‘플루토 워터’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30분에서 2시간 내에 변비 해소’라는 광고 문구로 유명했다 합니다.

그럼에도 새로 발견된 행성을 ‘플루토’라 부르자는 제안은 열한살 소녀로부터 나왔습니다. 1930년 3월 영국 옥스퍼드에 사는 초등학생 베네치아 버니가 아침식사 중 새 행성 발견에 대한 기사를 읽어주는 할아버지에게 처음 언급했다고 합니다.

소녀는 ‘플루토 워터’에 대해서는 몰랐겠지만 나머지 8개의 행성 이름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를 배웠고 지하세계의 신 플루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던 듯 합니다. 태양에서 64억㎞ 떨어진 곳에서 그저 막막한 어둠을 떠올린 것일까요.

버니의 할아버지 팰코너 매던은 옥스퍼드대 보드리언 도서관의 사서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옥스퍼드대 교수인 허버트 홀 터너에게 이 이름을 제안했고 터너는 로웰 천문대 동료 천문학자들에게 전신으로 전했습니다. 이후 명왕성은 아르테미스, 아틀라스, 콘스턴스, 로웰, 미네르바 등 수많은 후보들과의 경쟁을 뚫고 ‘플루토’란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그로부터 11년 후인 1941년엔 중심핵에 94개의 양성자를 가진 새 원소가 발견됐습니다. 태양계 끝에서 발견된 새 행성의 존재는 여전히 이슈였던 덕에 이 원소엔 플루토늄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쉽게 핵분열이 일어나는 이 원소는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폭탄의 폭양성분으로 사용됐죠. ‘죽음의 신’에서 유래한 이름이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무기 중 하나와 만난 것은 또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명왕성은 행성의 자격에 대한 논쟁 끝에 2006년 8월 열린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행성의 지위를 잃게 됩니다.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강등되면서 태양계 행성은 다시 8개로 줄었습니다. 명왕성은 이제 행성 목록에서 빠졌지만 우리가 어린 시절 ‘수금지화목토천해명’으로 외웠듯 미국의 어린이들도 행성의 순서를 기억하는 게 쉽지 않았나 봅니다.

타이슨은 책에서 1980년대 이후 가장 인기 있는 행성 기억법이라며 “My Very Educated Mother Just Served Us Nine Pizzas.(교양 많은 우리 엄마가 방금 우리에게 아홉 판의 피자를 내놓았다네)”란 문장을 소개합니다. ‘교양’ 있는 엄마가 아이에게 무려 ‘아홉판’의 피자를…. 하지만 헷갈리는 행성의 순서를 쉽게 외우고 싶을 때 떠올려볼 만한 문장입니다. (끝) /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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