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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전세계 전장을 누빈 여성 종군기자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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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무장한 미합중국 해병대는 역사상 기술적으로 가장 어려운 육해군 공동상륙작전을 펼쳤다. 오늘 해질녘 인천항 중심부의 3m 높이 방파제를 넘어 급습해 이 도시의 요충지 언덕 세 개를 장악했다. … 함포와 비행기가 치명적인 포격을 꾸준히 퍼부었지만, 살아남은 북한군들은 해변 가까이에서 소형 화기와 박격포로 우리를 괴롭혔다. 심지어 그들은 방파제 뒤편에 흐르던 도랑을 기어오르려는 우리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기도 했다.”

6·25전쟁을 취재한 유일한 여성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는 인천상륙작전 전황을 미국 ‘트리뷴’지에 이렇게 썼다. 히긴스는 맥아더 장군을 설득해 전함에 승선했고, 해병대원들과 함께 인천항을 직접 밟아 생생한 현장을 전했다. 6·25전쟁을 취재하고 쓴 <자유를 위한 희생>으로 퓰리처상 국제보도 부문에서 최초의 여성 수상자가 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에서 여기자 역 메간 폭스의 모티프가 된 인물이기도 하다.

<전쟁의 목격자>는 종군기자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친 히긴스의 삶을 다룬 전기다. 작가 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히긴스의 개인적인 삶과 종군기자로서의 업적을 담아냈다. 히긴스는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콩고내전, 베트남전쟁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그는 전장에서 남성 병사 곁에서 잠을 자는 등 힘든 생활을 마다하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전선에서 쫓겨나는 등 성차별도 극복해야 했다.

히긴스는 6·25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의 참전 여부가 결정되지도 않은 다음날 한국에 들어와 6개월간 한반도 전역을 종횡무진하며 전황을 보도했다. 대한민국 해병대를 상징하는 ‘귀신 잡는 해병대’란 말도 그가 처음 썼다.

히긴스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보다 먼저 독일 다하우 강제수용소에 진입해 생존자들을 만났고, 가스실에서 숨진 민간인 시체들이 널브러진 현장을 전했다. 그는 “시체들이 트럭과 카트에서 쏟아져 나왔다. 또 다른 시체들이 모퉁이마다 혹은 건물에 기대여 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썼다.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생각의힘, 436쪽, 1만6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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