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은 우리에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엔 ‘차이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촉발된 이 현상은 미·중 무역전쟁 이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중국에서 더 이상 나아갈 곳이 없다고 판단한 많은 기업이 손해를 감수하고 철수를 단행하거나, 베트남 등으로 공장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에선 ‘그래도 중국밖에 없다’며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기업도 있다.
<중국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하기엔 이르다”며 돌파구를 고민하는 책이다. 저자는 중국 보생제화유한공사와 송마전자유한공사, 부산에 있는 송마의 김종성 대표다. 부산 차이나비즈니스포럼 부이사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중국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로에는 태양광 가로등이 설치되고 산 정상에는 풍력 발전기가 돌아간다. 안면 인식 기술로 호텔 방문을 열고, 길거리 걸인들은 QR코드로 구걸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우리 기업이 어려움을 견디다 못해 중국을 떠나는 사이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중국은 ‘미워도 다시 한번’ 돌아볼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다국적 기업’ 행세를 해선 안 되며 상품에 중국 문화를 담고, 중국인들에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오리온 ‘초코파이’다. 중국에선 초코파이가 중국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많다. 오리온은 중국인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콘셉트로 잡아 제품 마케팅에 접목했다. 현지 파견 직원들도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 결과 초코파이는 중국 기업 브랜드 연구 기관인 Chn브랜드가 발표한 2019 중국브랜드파워지수 파이부문 1위에 올랐다.
저자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고민해야 하고, 중국의 생산 원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 중국 자본을 한국에 유치한 뒤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중국을 ‘생산 공장’으로 여겼다. 이런 패턴을 바꿔 우리가 곧 ‘중국의 프리미엄 시장을 위한 생산 전진 기지’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가 열릴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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